힐링캠프가 오랜만에 진짜 힐링 회차를 남겼습니다. 인기있는 스타도, 대단한 성공 스토리도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어요.
귀여운 머리의 남학생들도, 다정한 모녀도, 인상좋은 부자 등등
23일 방송된 힐링캠프는 사상 최초로 500명의 일반인 게스트와 함께 하는 김제동의 힐링 토크 콘서트로 진행되었는데요.
이 타이밍에 생각나는 드라마 '얼렁뚱땅흥신소' 14화 번외편 <잊혀진 사람들>
"그들을 억지로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서 이 이야기에 참견하기에는 너무 바쁠 뿐입니다."
이번주 힐링캠프는 꼭 '얼렁뚱땅흥신소' 14화 번외편같은 회차였습니다. 각자의 삶을 바삐 살아가던 평범한 영웅들 500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죠. 여느때처럼 세상의 주인공인냥 신문이나 TV에 나가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을 출연시키는 대신. 그럼 보실까요?
시작은 평범하게 불행배틀로 ୧༼ ͡◉ل͜ ͡◉༽୨
결과는 취준생<고3<고3엄마<중2엄마로 중2엄마가 최고로 불행하다는 영예를 얻었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가장 힘든건 단언컨대 취준생입니다(통곡)
어쨌든 불행킹으로 뽑힌 중2 엄마의 가장 힘들었던 사건은
7명의 남학생들이 아들과 현피를 뜨겠다며 집에 쳐들어왔던 일인데요. 아마도 파이팅 넘치는 중2 아들이 SNS에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 욕을 쓰자, 역시나 파이팅 넘치는 중2 친구가 6명을 끌고 초인종을 눌렀나봅니다. 결국 경찰까지 불렀다니 우리의 중2들 허세일화 하나 늘어서 좋았겠네요. 그 상황에서 중2 엄마는 "아이들이 정말 나라를 지키는 구나"하고 생각하셨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2가 나라를 지키는 흔한 이유.jpg
패기로운 중2들과 달리 낯선 사람이 두려운 열여섯 소년 준하의 고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길거리에 움직이는 낯선 사람들 속에 있으면 자신을 해칠 것 같다는 두려움에 현기증이 난다고 해요. 준하는 어떤 사람들과 있다가 안 좋은 일이 생긴 뒤로 이런 두려움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제동은 499명의 게스트들에게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있는 준하를 바라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준하야 만나서 반갑다. 우리 모두 낯설지만 준하 너를 좋아한다. 준하야 친하게 지내자! 안녕"
499명의 낯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준하에게 말을 건넸고 낯선 사람들이 두려웠던 준하도 편하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답했습니다. 옆에 계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이 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어서 김제동은 준하에게 낯선 것을 경계하는 것은 원시시대부터 내려오는 인간의 본능이고, 그 감각이 발달한 사람들의 후손이니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 조언했습니다. 남들보다 낯선 것을 경계하는 감각이 조금 더 발달한 준하 너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거라고요. 마이크를 든 김제동은 천하무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제동은 직접 기타 연주를 하며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를 불렀는데요.
"애썼다 고생 많았다"
스스로를 나무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살아오는 데만 익숙했을 500명의 게스트들은 김제동을 따라 이 날만큼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토닥였습니다.
사람은 저 마다의 애환이 있고 사연이 있는 법인데 유명인과 달리 일반인들은 어디 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모두가 바쁘고 힘드니까. 이런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마이크와 카메라를 가지고 낮은 자세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김제동의 모습이 처음으로 멋있어 보였습니다. 이게 진정한 힐링캠프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힐링캠프는 한 발 늦었어요. 이미 김제동은 손석희 사장의 제안으로 JTBC에서 이와 거의 유사한 포맷의 정규방송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디테일 면이나 사연의 집중도, 공감도가 힐링캠프 쪽이 훨씬 좋았지만요. 그러게 김제동 추임새만 시키지 말고 진작에 이렇게 하지 그랬어요 시방새야...
어쨌든 176회, 힐링캠프, 성공적. 안 보신 분들은 시간날 때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