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박쥐'

박찬욱 감독은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끝없이 다룬다. 그의 미장센도 좋고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적절한 블랙코미디도 좋지만 제일 좋은 부분은 스토리가 항상 심리적인 것. 특히 인간의 절대악에 대해 다루는 점을 꼽고싶다.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을 마스터(!) 하고 그가 집필한 책도 읽을 무렵 박쥐란 영화가 개봉했었다. 성인이 되어 박찬욱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했던 그 기억이 난다. 역시 박찬욱답게 어둡고 상징적인 미장센으로 가득했던 영화 박쥐.

1. 본능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이성

성직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상현(송강호)은 신 백신실험에 참가하다 뱀파이어가 되고 만다. 해괴망측한 이 사건 앞에서 상현은 좌절하지만 이내 자신의 신념을 해치지 않을 가느다란 생존방법을 모색한다. 그 방법은 바로 그가 기도하고 보살피는 병동의 식물환자의 피를 몰래 섭취하는 것. 살인을 하지 않고 자신도 목숨을 연명할수 있는 어떻게보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초반부에 기본적으로 선해야하는 자신의 신분과 악하게 변한 육체 사이에서 계속해서 선한 자신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해야 하는 그(의 이성), 인간의 피를 먹어야만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그(의 육체). 둘 중 하나를 완벽하게 포기하지 못하는 그이기에 괴로움을 느끼며 고민하는 상현을 볼 수가 있다. 그 무렵 상현과 태주(김옥빈)와의 관계가 영화의 핵심구조로 떠오르게 되는데 아름답고도 애처로운 친구의 아내를 취하고 싶은 그(의 육체)와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는 그(의 이성)가 충돌하면서 결국 상현은 급속도로 무너지게 된다.

2. 태주의 인생

표면적으로는 남편과 시댁식구들과 살고있는 며느리의 모습이지만 어딘가가 이상하다. 시어머니는 태주를 무시하기 일쑤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며 친인척들은 아름답지만 인격이 없는 노예같은 태주를 탐한다. 태주의 남편은... 남편은... 이상해...

태주는 태어나면서부터 어쩌면 그 집의 노예가 되어서 살아야할 숙명을 지녔는지도 모르겠는데 자세한 배경은 나오지 않지만 식구들이 다 잠든 시간에 그녀가 맨발로 동네를 뛰는 모습을 보면 태주 안에 감춰진 욕망이 분명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힘없고 연약하기 때문에 지옥같은 그 집에서 순응하며 살던 그녀는 상현의 도움으로 뱀파이어의 속성을 가지게 되자 더 아름답고. 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지식이나 윤리를 배울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그녀가 사람을 죽여 신선한 피를 먹을 때 자신이 더 강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을 안 순간 살인을 저질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으로 분한건 당연해보일 정도. 시들었던 장미가 강렬하고 빨갛게 다시 피어오르는 느낌을 태주에게서 받을 수 있다.

태주와 상현은 똑같이 인간에서 뱀파이어가 된 사건을 겪지만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선한 인간으로 살며 최대한 악을 행하고 싶지 않은 상현과, 뱀파이어가 된 자신을 즐기며 본능에 충실하면 악을 저질러도 상관없는 태주의 모습.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옳은 기준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다. 기준이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의 모습도 대조적이긴 하나 선과 악으로 상징되어 보여지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악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을 비현실 요소인 박쥐에 근거하여 그려내고 있는 것. 박쥐는 보통 동물들과 다르게 거꾸로 매달려 생활한다. 선하고싶은 상현(이성)의 반대편에는 욕구와 본능에 충실한 태주(감정)가 존재하는 것.상현과 태주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있는 두 마음을 각자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이 꽤 인상적이다. 인간을 해치워야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fact인데 자신의 신념을 저버릴 수는 없기에 상현은 태주를 끌고 해돋이를 보며 타죽는 결정을 내린다. 마지막. 전신마비로 눈만 움직일 수 있는 김해숙은 차 안에서 그 둘이 타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웃는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가족을 몰살시킨 두 명의 뱀파이어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그들이 죽음에 희열을 느끼는 것. 결론적으로 제일 무서운 것은 뱀파이어가 아니라 사람인 것이다.

3. 박찬욱 미장센

미장센이란 '화면 내의 모든 것'으로 영화적 미학을 추구하는 공간연출을 말한다. 전에 좋아하는 감독들을 나열하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은 적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감독들은 세계관/ 신념/ 메세지를 영화로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미장센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도 이 미장센을 훌륭하게 연출한 감독!)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독보적으로 박찬욱만의 미장센이 있는데 그는 주로 복고적인 패턴의 벽지나 다양한 소품들로 미장센을 표현한다. 박쥐에서는 어떤 미장센이 존재하냐면카톨릭 성직자인 상현, 한복집을 운영하는 태주의 시어머니, 일본의 복층구조로 설계된 가정집과 중국의 마작놀이, 그리고 그들이 즐겨마시던 러시아의 보드카. 동서양의 것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어 그것들이 이 영화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기괴한 느낌이 곳곳에 서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관람으로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미장센을 꼼꼼히 알아차리기는 쉽지가 않다. 그냥 스쳐가면서 음미하고 영화를 관람한 후 리뷰를 찾아보면서 아! 그때 그랬지! 그렇게 느끼는게 더 마음이 편함ㅋㅎㅋㅎ 병동에서 몰래 식물인간의 피를 섭취하는 상현이 환자와 반대로 누워있는 모습이라던지, 상현의 품에 안긴 태주의 모습이 박쥐의 손모양을 상징한다던지 그런 것들도.

4. 송강호

송강호 연기인생 중에서 제일 비주류 연기였지 않았을까. 파격적인 노출도 영화의 컨셉도. 동시에 또 하나의 인간적인 캐릭터를 창작한 그에게 항상 존경심을 보낸다. 박찬욱과 함께했을때 가장 돋보이는 배우!

http://noowhy.blog.me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