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량(梁) 자와 나루터 진(津) 자가 동시에 들어간 곳. 1999년 내가 지나가는 곳이라 믿었던 곳. 모든 사람이 지나가는 곳. 하지만 그곳이 정말 '지나가기만' 하는 곳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7년이 지난 2005년 지금도 나는 왜 여전히 그곳을 '지나가고 있는 중'인 걸까. • • 8년 전, 2007년 출간되었던 김애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첫 소설집부터 주목받았던 작가지만 난 이 소설집으로 처음 접했다.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하고 내내 붕 뜬 채로 방황하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아주 잘 담아냈다. 총 8편이 수록되어있는데 위의 구절이 나오는 <자오선을 지나갈 때>를 가장 좋아한다. 다들 지나고 나면 괜찮다고 위로하지만 우리가 괴로운건 '지금' '지나고 있기 때문' 아니던가. 꼭 나처럼, 우리처럼 삶을 지나는 중인 주인공 때문에 참 와닿았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