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그리스의 몽니(참조 1)”를 적으면서 그리스의 전략이 크게 두 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첫 번째는 독일을 친다!이고, 두 번째는 러시아랑 친해진다!이다. 독일을 치는 것이야 언제나 항상 있는 일이고, 러시아 카드가 곧 발동될 전망. 곧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한다.
그래서 여기 저기서 그리스에게 경고를 때리고 있다. 물론 그리스는 총리가 스스로 나서서 러시아 언론이랑 인터뷰를 하고 EU에게 이미 부도내겠다고 위협을 가한 바 있다(참조 2). 그리스에게는 현재 친구가 없다. 사실 융커가 친구라고 했었지만(참조 3), 치프라스가 하도 멋대로 구는 통에 이제는 외톨이 상태.
심지어 EU 의회 내 좌파블럭마저 러시아 방문에 대해 경고를 때렸는데(참조 4), 다만 구-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독일 좌파당만 그리스 입장도 좀 이해하라 코멘트 한 정도다(참조 4). 한 마디로 다들 그리스에 짜증이 난 상태.
게다가 카드가 있을지 모르겠다. 뮌샤우의 정리를 보자. (1) 러시아 경제 자체가 안 좋기 때문에 그리스를 도울 여력이 없다. (2) 채권자로서 독일이 낫나, 러시아가 낫나? (참조 5) (3) 러시아와 EU가 친해지기라도 하면 그리스는 과연 입장에 처할 것인가?
사실 그리스 입장에서 러시아에게 곧바로 구걸을 할 수는 없는 형편이고(참조 6), EU가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에 제재를 했을 때, 러시아가 EU산 농산품 제재했던 조치부터 푸는 게 먼저일 것이다(참조 4, 좌파당이 지적한 문제이다). 그리스가 농업 외에 수출할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너지 문제(참조 7)가 있다.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가스관을 그리스가 과연 지지해 주냐의 문제.
말인즉슨, (1) EU는 그리스에게 함부로 나대지 말라 주문하고 있고, (2) 러시아는 그리스에게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3) 그리스로서는 또 함부로 나설 수가 없다(참조 2, 기사에 나오듯, EU 회원국은 공동안보 정책을 따라야 한다). 그저 러시아 제재조치 연장에 대한 거부권 행사 정도만 카드로 남아 있을 뿐.
이것 저것 복잡하게 얘기했는데, 결론은 뮌샤우처럼 그냥 날씨나 스포츠 얘기나 하고 오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 공통의 화제라도 있는 게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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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그리스의 몽니(2015년 1월 31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2998183339831
2. Griechenlands Erpressungsversuch an Europa: http://www.cicero.de/weltbuehne/russland-offerte-griechenlands-erpressungsversuch-europa/59070
3. 융커 vs. 메르켈(2015년 3월 15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3100758074831
4. Russland-Reise:EU-Parlamentspräsident Schulz warnt Tsipras: http://www.spiegel.de/politik/ausland/moskau-reise-eu-parlamentspraesident-schulz-warnt-tsipras-a-1027069.html
5. 요새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맞춤법 실수처럼, 독일이 낳냐, 러시아가 낳냐로 바꿔도 뭔가 그럴듯 하다. 어차피 자금을 누가 낳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6. Russia Said to Plan No Aid to Greece, May Ease Curbs on Food: http://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5-04-03/putin-tsipras-to-discuss-eu-s-anti-russia-sanctions-next-week 일단 러시아도 그리스 구제를 하진 않을 것이라 말했다.
7. Le rapprochement entre Athènes et Moscou inquiète l’Union européenne: http://abonnes.lemonde.fr/europe/article/2015/04/02/le-rapprochement-entre-athenes-et-moscou-inquiete-l-union-europeenne\_4608160\_3214.html 르몽드의 이 기사가 지적하듯, 국가는 기본적으로 자판기다. 러시아가 동전을 집어 넣어야 그리스가 러시아에게 우호적으로 움직인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