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 지금으로부터 10년전. 학원에서 그 아이를 처음 만났었죠. 같은 학교지만 반이 달라서 몰랐던 그 애. 6개월 정도 같은 학원을 다니고 중학교 2학년이 되고, 학원을 그만두고 그 아이를 자주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좋아하고 있구나 느끼게 되었죠. 그 당시 메신저로 저의 마음을 표현하고 결국 저희는 커플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저는 저 나름대로 사춘기를 겪으면서 정신이 많이 피폐해져있었고 그게 그 아이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서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끝이났죠. 중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고등학교를 가면서 연락정도는 하고 지냈어요. 대학교 입학하고서 학원친구들 모일 때 한 번 만나고 군대 갔을 때는 편지도 써줬지만 그 이후로는 따로 연락이 없었어요 대학교 1학년때 사귄 남자친구와 3년 넘게 연애했지만 군 제대후 변해버린 모습에 그만 만나자고 했고 그 후로는 졸업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막상 졸업하고 직장 발령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연애...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연애를 다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주변에서 찾아봐도 저와의 인연은 없는것 같았죠. 그러던 그때, 중학교 그 아이에게 연락이 왔어요. 잘 지내냐는 안부와 시간 있다면 얼굴 보자는 말. 그 연락을 시작으로 약속을 잡아서 지난 주에는 여의도 벚꽃축제를 다녀왔어요. 오랜만이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기억도 안나는 그 얘기를 시작으로 벚꽃길을 걷는 우리는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도 어색함이 없는 모습이었죠. 많은 인파에 제 키가 작아서 잘 안보인다며 투덜대는 그 아이의 옷자락을 잡고 꽃구경을 시작했어요. 사람이 자꾸 많아지니까 옷자락으로는 도저히 그 아이를 따라잡을 수가 없더라구요. 자연스레 팔짱을 꼈는데 자연스레 팔을 받쳐주는 그 상태로 벚꽃축제 코스 끝까지 함께 했어요. 코스의 끝에서 "한 번 더 걸을래?" 반대방향으로 한 번 더 걷기 시작했는데 사람이 자꾸, 자꾸 많아지더라구요. "그냥... 손 잡고 걷자" 손 잡고 걷는 그 길 위에는 하얀 벚꽃이 가득했고 저의 마음 속에는 오랜만에 몽글몽글한 꽃이 피었네요. 코스 시작점으로 돌아온 우리는 꽃이 피지 않았더라도 그 주변을 구경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중학생이었던 우리가 벌써 함께 술 마실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놀라며 그 날의 일정을 마무리 했어요. 봄 때문인지, 꽃 때문인지 맥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 모든 순간에 너가 함께여서 내 마음이 뛰기 시작한것 같아. 오랜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