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33라운드 리뷰] 아스널 vs 첼시

결국 벵거는 이번에도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1. 경기 정보

2015.04.27. 일 (한국 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SBS Sports 생중계

아스널 0-0 첼시

2. 선발 라인업

아스널 (4-2-3-1) : 오스피나/몬레알, 코시엘니, 메르타사커, 벨레린/코클랭 (교체 웰백), 카솔라/산체스, 외질, 램지/지루 (교체 월콧)

페어 메르타사커가 부상에서 복귀했다. 베스트 라인업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았으며, 공격적인 교체를 시도했다.

첼시 (4-2-3-1) : 쿠르트와/아즈필리쿠에타, 테리, 케이힐, 이바노비치/마티치, 하미레즈/아자르, 파브레가스 (교체 주마), 윌리안 (교체 콰드라도)/오스카 (교체 드록바)

결국 도미닉 솔란키도 아녔다. 사실, 솔란키는 FA 유스컵 일정 때문에 경기를 뛰기 어려웠다. 부상에서 제때 복귀하지 못한 드록바는 벤치에 있었고, 코스타와 레미는 명단 제외됐다. 오스카를 제로톱으로 두는 유기적인 포메이션을 구성했고, 아자르와 윌리안이 각각 좌우 날개를 담당했다.

3. 내심 아쉬운 아스널, 괜히 좋은 첼시

런던 더비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뜨거운 경기지만,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조세 무리뉴, 그리고 아르센 벵거라는 키워드들이 가세하면서 더 화끈했던 경기였다. 아스널은 지난 리버풀전 때처럼 강력한 전방 압박을 가했고, 첼시는 초반부터 쩔쩔매면서 흔들렸다. 파브레가스는 예상대로 야유를 받았고, 서로서로 부닥치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가열됐다.

그런 와중에 파브레가스가 하프라인에서 최전방의 오스카에게 찔러주면서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오스카는 골문을 비우며 나오는 오스피나 키퍼의 머리 위를 넘기는 감각적인 칩슛을 시도했지만, 벨레린이 골라인을 통과하기 전에 헤더로 걷어내면서 골로는 연결되진 못했다. 오스피나 키퍼와 충돌한 오스카 (사진 1)는 고통을 호소하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첼시가 한 번 공격했으니, 이번에는 아스널이 공격할 차례. 중앙의 산체스가 오른쪽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는 벨레린에게 찔러줬고, 벨레린은 잡지 않고 바로 중앙으로 크로스를 내줬다. 아즈필리쿠에타를 스쳐 케이힐로 향한 볼이었지만, 발끝에 닿지 못했고 오히려 카솔라가 슈팅을 시도하게 됐는데, 케이힐이 온몸으로 막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아내는 과정에서 그 '온몸'이 손이 포함되면서 아스널 선수들의 항의를 받았는데, 마이크 올리버 주심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아스널에게 한 방 호되게 당하자 첼시 역시 한 방 다시 때렸다. 윌리안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속도를 올리며 드리블 쳤고, 중앙의 하미레즈에게 절묘하게 찔러줬다. 순식간에 오스피나 키퍼와 일대일 찬스가 돼버렸지만, 하미레즈가 정직한 슈팅을 때리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장군 멍군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전반전이 끝나버렸고, 여전히 0-0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후반전에는 제로톱이었던 오스카 대신 드록바를 투입하면서 첼시가 변화를 줬다. 아무래도 제로톱이라는 애매한 성향 때문에 최전방의 날카로움이 덜하다는 판단 그리고 몸이 무겁더라도 한방이 있는 스트라이커가 더 낫다는 판단이 따르지 않았나 싶다. 또한 오스카는 오스피나 키퍼와의 충돌에서 부상을 입은 듯 보였고 여차여차 좋은 교체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첼시가 전반전에 비해 많은 볼 소유를 가져갔지만,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며 과도하게 공격을 전개하진 않았다. 천천히 편안하게 경기를 운영했으며, 아스널 선수들은 전반전에 비해 발이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패스 줄기는 죽지 않았고 지루-산체스-카솔라-벨레린으로 이어지는 패스 워크에 산체스의 마무리까지, 첼시 골대를 종종 위협했다. 아스널이 좋은 찬스를 얻을 때마다 테리와 이바노비치 등 첼시 수비진 (사진 2)은 몸을 사리지 않으며 막아냈고, 이 덕분에 0-0 스코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잦은 기회에도 골을 넣지 못하자 벵거 감독은 코클랭, 지루를 빼고 웰백, 월콧을 넣는 승부수를 감행했다. 첼시가 슬금슬금 움츠리기 시작하자 아스널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했고, 이 변화는 아스널이 계속해서 첼시를 두드릴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됐다. 페널티 박스 왼쪽 측면에서 몬레알이 편안하고 정확한 크로스를 찔러줬지만, 외질도 웰백도 발을 대지 못하면서 슛으로 연결하진 못했다. 그렇게 아스널이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0-0으로 경기가 끝나면서 첼시 선수들은 환호했다.

4. 이제 샴페인 준비해도 될까요?

딱 두 경기만 이기면 된다. 비록 아스널전을 승리로 기록하진 못했지만, 승점을 아예 잃진 않았기 때문에 우승 경쟁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2위 자리가 아스널이 아닌 맨체스터 시티가 됐지만, 어떤 팀이 됐든 전승을 전제해야만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가 됐다. 반면에 첼시는 두 경기만 승리하게 된다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게 되고 남은 두세 경기는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다음 레스터 시티전,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승리를 거둬 까다로운 리버풀전에서의 혈투를 피하는 것이다. 강등의 위협을 받는 레스터 시티나 선덜랜드와 같은 팀을 상대할 경우에는 의외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시바삐 우승을 확정짓지 못한다면 11-12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와 유나이티드와 같이 끝까지 두고 봐야 하는 불안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승 경쟁자들이 다들 한 발짝씩 물러나면서 경기가 어떻게 풀리든 첼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설레발은 언제나 치명적인 결과를 선물하곤 하지만, 가장 중요한 2연전을 잘 소화한 지금 한 번쯤 샴페인을 꺼내들며 설레발을 쳐도 되지 않나 싶다.

5. 앞으로의 첼시

첼시는 다음 경기에서 레스터 원정을 떠나게 된다. 상대는 강등권 문턱에 있다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마치 마르티네즈 감독 휘하의 위건을 보는 듯한 생존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이언트 킬링까진 아니더라도 중상위권 클럽들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면서 강등권 탈출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이맘때쯤의 모든 강등권 팀들이 그렇듯,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어있기 때문에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우승 확정을 위한 동기부여가 더 강렬하단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첼시다. 부디, 첼시가 유감없이 그 동기부여를 보여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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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축구 칼럼니스트. 첼시팬이지만 팬심은 적게, 사심도 적게 해서 쓰고 있다고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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