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좋은시-장미의 내용/조정인

장미의 내용

조정인

12월의 장미를 뒤돌아보다가, 그 추운 불꽃에

곁불이라도 쬘까 하다가

제 무덤을 지키는 적막한 묘지기의 얼굴을 본다

장미는 제 죽음의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니

겹겹 죽음의 안채는 오죽 따뜻하겠나, 그 얼굴로

모든 죽음의 내용들이 발끝을 들고 건너간다 이를테면

골목에서 사라진 영아와 참새와 비둘기와 새끼고양이……

몹시, 가볍고 아름다운 그것들은 홀연히 몸을 띄워

대기권 바깥 제 투명한 묘지를 찾아들었다

좀 있으면 지구가 궁금해진 첫눈이 다니러오고

지나가는 아이들은 눈이다! 외칠 테지

사슴이다, 하는 것처럼

그런데 나는 왜 심장이 사라지는 것일까 하얀 늑대가 되어

눈보라처럼 이불홑청처럼 하늘 복판을 펄럭이는 것일까

심장을 쏟았으니 가슴이 다 패여 허공이 된 늑대, 바람이 된

늑대울음을 암청색 밤하늘에 풀어놓는 것일까

와우우, 운석의 꼬리 같은

창자처럼 긴 울음을

폭설에 푹푹 빠지며 내 하얀 늑대가 다가오던 기척, 귓가에 붐비던 숨

그 더운 혀, 모두 안녕

내 첫 장미는 다시 저 담장 위에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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