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로아사상충(Loa loa)은 감염되면 몸의 일부가 붓거나 통증이 생기고, 일시적인 시력 저하가 나타나는 기생충이다. 최근 미국 프랑스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이 로아사상충에 감염됐는지를 간단한 방법으로 확인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카메룬에서 이 기기를 이용해 33명에게서 로아사상충을 성공적으로 검출해 ‘사이언스 중개의학’ 6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 이용한 기기의 이름은 ‘셀스코프 로아(CellScope Loa)’. 셀스코프 로아는 2009년 개발된 스마트폰 현미경인 ‘셀스코프’의 시리즈 기기로, 혈액 한 방울로 로아사상충을 검출할 수 있다. 3D 프린터로 찍어낸 플라스틱판에 렌즈와 발광다이오드(LED), 마이크로컨트롤러 등을 넣고 여기에 스마트폰을 연결한 단순한 형태다.
사용법 역시 간편하다. 플라스틱판에 사람의 혈액을 넣은 뒤 스마트폰에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혈액 속에 로아사상충이 있다면 스마트폰 액정을 통해 동영상으로 나타난다. 기기는 로아사상충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분자 마커나 형광물질 등 다른 물질은 필요하지 않다. 연구를 이끈 대니얼 플레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이미지 기술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자동으로 로아사상충 진단을 끝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카메룬에서 4만 명을 대상으로 로아사상충 진단 실험을 확대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