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혐오한 독재자, 히틀러

"독일 여성은 담배를 피우지 말 것"

Deutschen Weiben rauchen nicht. 히틀러의 제3제국 기간동안과 전쟁 기간동안 히틀러의 입김이 미치는 전역에서 저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히틀러는 담배연기를 광적이고도 미신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루이 14세, 나폴레옹, 히틀러의 공통점은 모두 독재자였다는 것, 그리고 혐연가였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담배에 대한 비판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사실 히틀러로부터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까지 세계 각지에서 담배는 약재로 소개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것처럼 들리지만 담배가 만병통치약처럼 다뤄지고 있는 문헌도 더러 발견할 수 있다. 피우는 것뿐만 아니라 담배 잎사귀를 태워 생기는 연기를 병자의 몸에 쐬게 하는 그림도 발견된다.

히틀러의 나치당은 세계 최초로 담배와 건강의 관계에 대해 과학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들은 인종적 위생학과 신체의 순수성의 맥락에서 흡연을 연구했다. 1939년, 흡연과 폐암의 관계를 역사상 처음으로 밝힌 의사도 나치 당원인 프란츠 뮐러였다. 또한 흡연은 암과 심장병과 결부되었고, 생식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싹텄다.

유태인 등 기타 인종을 열등하다고 판단해 지구상에서 박멸해버리려고 했던 히틀러로서는 흡연을 금지해야만 했다. 의욕적인 흡연 반대 운동이 시작되었고 마침내 1930년대 말 독일에서는 공공장소와 차량 이동 중의 흡연이 금지되었다. 그리고 약 한 세기 전에 큰 반발을 사서 사라졌던 야외 흡연 금지법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전적으로 흡연을 금지하는 것은 히틀러로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독일의 궐련 제조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히틀러의 나치당에게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고 있었고 담배로부터 거둬들여지는 세금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 성인 남성의 대부분이 흡연자였기에 그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었다. "담배는 백인이 독한 술을 준 데 대한 인디언의 복수이다"라는 히틀러의 말처럼 백인들은 흡연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수한 게르만 인의 혈통을 담배로 더럽히는 것도 히틀러로서는 못마땅한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히틀러는 독일 '여성'의 흡연만을 금지하기로 결정한다.

1945년, 히틀러는 죽었고 세계2차대전은 끝났다. 전후 독일에서 궐련은 귀중품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독일의 담배 산업은 히틀러로 인해 침체되어 있었기에 - 독일에는 하나의 브랜드만 있었다 - 생산량이 적었고 연합군의 간섭 때문에 수입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궐련 한 개비를 가지고 대부분의 물건들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궐련의 가치는 상승한다. 궐련은 운반과 저장이 편했으며 무엇보다 피울 수 있었다. 독일인들이 라이히스마르크 지폐로 담뱃불을 붙였다는 기록을 보아도 담배가 당시 얼마나 귀했는가를 알 수 있다.

나치 정부에서 반흡연 정책을 펼친 장본인들은 시대의 흐름을 알지 못했다는 죄로 성공을 보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가령 의사 레오나르도 콘치는 나치의 안락사 계획에 가담한 혐의로 처형을 기다리다가 1945년 자살했다. 또한 반흡연 기관의 지도자 가우라이터 프리츠 자우켈은 반인류적인 범죄로 1946년 처형당했다. 전쟁이 발발하기 약 10년 전에 쓰여진 카운티 코르티의 글 '흡연의 역사'에서 예언한 내용이 그대로 실현된 셈이다 : "과거 가장 지독한 독재자들의 노력도 흡연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따라서 흡연이 엄청나게 확산된 지금에 와서 그러한 노력을 해봤자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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