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의 세계

만일의 세계 / 이장욱

만일……이라고 누가 말했다.

왼쪽 귀로 들어왔다가 오른쪽 귀로 흘러나간 이야기들처럼 문득 다른 궤도로 들어선 기차처럼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만일……이라고 누가 말했다.

집을 나간 소년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지. 당신과 함께 간 바닷가에는 당신이 너무 많고 오른쪽 귀로 흘러나간 것을 왼쪽 귀로 모아 이야기를 지어내느라 할머니는 죽지도 못했네. 소년은 어느 골목에서 어둠이 되었대. 벌레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는 건 소년의 취미. 수많은 당신들은 아직 바닷가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는 단 하나의 당신과 손을 잡고 돌아왔네. 연애하던 호시절을 이야기할 때 할머니, 할머니는 매일 아흔아홉 개의 세계를 만들었지만, 하지만 만일……이라고 누가 말했다. 여긴 또 처음 보는 곳이구나,

라고 소년이 중얼거리자 파도가 발목을 자르고 바다가 의자들은 거꾸로 섰네. 수많은 당신들이 등을 보인 채 앉아 있어.

달콤한 혀로 만든 어둠속에서 우리가 키스를 하는 동안,

긴 귀를 가진 할머니는 오늘밤도 무덤 위에

무덤 위에 산 채로 앉아 계시네. 만일……이라고, 누가 힘겹게 말했다.

(사진 : Raphael An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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