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사(情念寺)

정념사(情念寺)

어둑한 산길을 걷는 꿈이었다 흘러내리듯이 놓인 길 따라 한참을 걸었더니 길이 틀어지는 곳에서 갑자기 만난 절 한 채 댓돌 위에 걸터 앉았는데 뒤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렸다 스님처럼 보이는 노인이 반쯤 열린 문 안에 앉아 있었고 내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고 물었다 막 대답하려 했을 때 절마당에 심은 배롱나무 몇 그루가 순간, 몸을 튀틀면서 검은 꽃을 피워올리는 것을 보았다 죄(罪)라는 한 글 자를 떠올렸던 건 그저 우연이었을까 나는 대답대신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라고 여쭈었다 제 갈 곳을 막은 이가 어느 곳으로 향할 수 있겠는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물 한 주박이나 마시고 떠나라며 절 뒤 편을 가리켰다 돌뚜껑이 내팽개쳐진 새 우물 하나가 있었고 물을 뜨기 위해 두레박을 내리는데 한도 끝도 없이 줄이 딸려 들어갔다 산은 흠칫할 때마다 점점 더 어두워졌고 나는 두려워서 손을 놓쳤다 바가지를 내리던 그 깊이가 속죄를 거듭해야 할 시간처럼 길어서였다. 도와주십시오 스님 몇 번을 외쳤는데 완전히 컴컴해진 산은 절도 우물도 나도 삼켜버렸다 눈을 뜨고 나니 땀으로 흠뻑 젖은 이불 위로 떨어진 것만 같았는데 어렴풋했던 것들이 그제야 분명해졌다 돌아갈 곳도 닿을 수 있는 곳도 머물 곳도 없다는 것을 나는 내가 만든 아수라 속에서 평생을 보내리란 것도

아주 천천히, 그 누군가를 잊어버릴만큼 느리게 연애소설 읽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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