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정의란 무엇인가'?

책 한 권이 한반도 남쪽을 온통 흔들어 댔던 적이 있었다. '정의'를 다룬 이 책은 정의의 대한 개념과 역사, 논쟁들을 소개하면서 정의란 지금 우리에게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복합적으로 설파한다. 하버드, 석학, 명강의라는 태그로 수식될 이 책은 우리 땅에서 개발독재정권의 가열찬 공격적 드라이브와 더불어 뜨거운 반향을 얻었다. 까다로운 개념서로는 처음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성했고 저자는 한국에도 방문했었다. 노동이 모욕받는 시대, 법적 정의란 가진 자만을 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요즈음에 정의에 대한 탐구란 사실 좀 미심쩍은 데가 있다. 위의 책이 정의에 대한 논쟁사를 거쳐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애국적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와 애국은 근본적으로 무관한 가치일 뿐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은 정의에 대한 개념이 달라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만 부도덕과 도덕, 반민주와 민주, 정의 대 부정의로 구분되는 단순한 구도이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단 한 번도, 무엇이 더 나은 가치인가에 대한 논리적인 접근을 한 적이 없다. 국민들의 '이명박근혜'에 대한 혐오는 방향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철학에 대한 문제다. 그들이 신봉하는 가치 자체가 저열하거나 노골적인 건설 숭배, 자본 독점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건 그저 생뚱맞다. 게다가 이 책 역시 의심쩍은 부분으로 가득하다. 이런저런 입장들을 소개하면서 공평한 입장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그저 저자가 취하고 있는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줄곧 충실하게 공정한 분배를 외면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찬양하며, 공동체주의의 현실적 반동성을 애써 외면한다. 안타깝지만 이 책이 주창하고 있는 정의는, '합리성을 지닌 우파적 정의'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보수우파 세력과 차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같은 정파적 관념을 우리는 5년간 실제로 경험한 바 있다. 미안하지만 그들의 정의는 자본의 무제한적 개발을 옹호하며 반노동적이고 유사진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을 겪어봐야 결국 다시 '정의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맞닥뜨리게 될 뿐이다. 이 땅에는 수많은 독서 캠페인이 있고, 여러 조사에서 한국인은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해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는다. 다만 그것이 회사에서 나눠준 책이거나 유명한 사람이 쓴 책, 재테크나 경쟁에 도움이 되는 책들일 뿐이다. 개인의 기준을 가지고 책을 읽어가는 이들이 많지 않다. 독서란 사실 가장 내밀한 행위, 개인만의 도락인데도 말이다. 너나없이 위기론을 말하는 가운데 인문학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단 사실은 반가웠지만, 결국 그 책이 내포하는 가치란 反개인이라는 의미에서 이쩌면 이 사건은 하나의 비극이다. 책읽는 이들은 위선적인 권력자들과 현실에서 맞부딪히기 보다는 관념의 수준에서 자신이 그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해주는 책들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다. 게다가 그 책은 생각만큼 도덕적이지도 않은데 말이다. 우리의 문제는 망가지다 못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아니라 한 번도 현실과 대결하지 않고 위협이 일 때마다 힘없이 사그라들고 마는 '비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Q도 아닌데 우리는 언제까지 '정신 승리법'만을 쓸 것인가? 여행중에 수없이 만나는 강줄기들의 참혹한 공사현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침묵한다면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 인정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아주 천천히, 그 누군가를 잊어버릴만큼 느리게 연애소설 읽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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