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시인의 계절에 담긴 감수성, <그토록 붉은 사랑>

책 속에 있는 좋은 문장을 공유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작년부터 그 어플리케이션에 자주 올라오는 책이 있는데 바로 림태주 시인의 전작인 <이 미친 그리움>이라는 책입니다. 스스로를 무명 시인이라 겸손하게 칭하는 림태주 시인이 이번에는 산문집을 출간했습니다. <그토록 붉은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강렬한 붉은 색 바탕에 붉은 색 꽃이 흐드러진 그림까지 더해진 표지가 더욱 눈길을 끕니다.

사랑했던 일들과 이별했던 일들, 사랑하지 못했던 일들과 슬퍼하고 아파했던 일들을 붉은 잉크로 눌러 썼다

시인은 자신이 쓴 시의 발원지는 어머니라 할 만큼 행간 곳곳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늘 시인에게 인생의 지혜를 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물살이 센 강을 건널 때는 물살을 따라 같이 흐르면서 건너야 한다. 너는 네가 세운 뜻으로 너를 가두지 말고, 네가 정한 잣대로 남을 아프게 하지도 마라. 네가 아프면 남도 아프고, 남이 힘들면 너도 힘들게 된다. 해롭고 이롭기는 이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무 탈이 없을 것이다.”

“세상 것은 욕심을 내면 호락호락 곁을 내주지 않지만, 욕심을 덜면 봄볕에 담벼락 허물어지듯이 허술하고 다정한 구석을 내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내 감정은 얼마나 깊숙한 곳에 머물러 있을 뿐인가 싶습니다. 잠시 작품 하나의 일부를 옮겨 보겠습니다.

“꽃들이 피어 서로 마주 보며 수화를 한다. 깔깔거리며 웃고, 장난치며 떠든다. 오래 참아서 그런가. 무진장 고요하게 시끄러운 저 꽃님들.”

벚꽃을 보러 갔을 때도 많이 피어서 보기 좋구나, 사진 한 장 찍어 볼까 하는 생각만 했을 뿐 오랜 겨울을 견디고 오랜만에 만난 꽃들이 몸을 흔들어가며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을 어찌 해볼 수 있었을까요. 이래서 인문학 서적이나 전공 서적으로 지식을 쌓는 것 이상으로 문학 작품을 읽는 게 중요한가 봅니다. 세심한 관찰력과 상상력에 다시금 감탄합니다.

마당에 핀 분꽃씨앗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문장도 있고,

“까맣게 여문 분꽃 씨를 귀에 대보면 보드랍게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이 앙증맞은 씨앗 안에 식물의 일생이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배운 ‘성북동 비둘기’를 연상시키는, 회색으로 변해가는 주변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문장도 있습니다.

“길에서 우리는 유년의 삶을 살았고, 우정을 나눴고, 평화를 발명했다. 그 길이 사라졌고, 유희가 사라졌고, 그 길 위의 아이들이 사라졌다. 아스팔트가 발라진 새마을에 아이 없는 노인들이 최후를 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따뜻하면서도 감수성이 담긴 문장이 있기에 림태주 시인이겠죠. 많은 문장이 제 마음도 붉게 만듭니다.

“그대와 같은 세상 안에 머물 수 있기를. 그대와 같은 시간 속에 머물 수 있기를. 그대가 없다면 나도 없기를.”

“따뜻해서 봄이 왔고 그대가 붉어서 가을이 왔습니다. 그대가 그대의 계절입니다.”

“몸은 대나무와 같다. 안을 비워야 푸르고 단단해지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사랑법’이라는 글은 사랑으로 고민하는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기다리다가 나는 알았다. 기다린다는 것은 그가 오는 동안 나도 그에게 가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기다리는 일이 멈춤이 아니라 끊임없는 운동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사랑의 법칙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기다리는 방법을 찾아 헤매지 않고 기다림의 등불을 켰더라면 사랑은 벌써 내게 도착했을 것이다. 덜 고달프로 덜 방황했을 것이다. 너무 많이 배우느라, 영리하게 구느라 이 단순한 사랑법을 오래도록 깨우치지 못했다. 사랑은 사랑하면 되는 것!”

19편의 시

시낭송 음원이 함께하는 책

예전에 ‘낭독의 발견’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요, 묵독(默讀)이 어울리는 책도 있지만 시나 수필은 소리 내서 읽으면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튜브로 시낭송을 들으니 낭독의 힘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그대가 있었다

시인의 손글씨와 백중기 화백의 그림이 더해져

‘그대가 그대의 계절이다'라는 글에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시인의 책에 서명을 받고자 찾아온 청년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능하다면 저도 꼭 만나 뵙고 시인의 멋들어진 글씨를 책에 받고 싶을 만큼 오래 간직하고픈 책입니다. 시인은 북촌에 있는 한옥카페 북스쿡스에 자주 방문하는 것 같은데, 저도 햇살 좋은 날 이 책을 들고 한번 방문해 볼까 합니다.

책 권하는 냐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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