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팀플 대모험

맨날 집, 학교, 집, 학교, 쳇바퀴 도는 생활이 싫어서 "뭔가 스펙타클하고 격정적인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를 입에 달고 살았더니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어른들 말이 맞다. 사람은 자나깨나 입을 조심해야한다.

이번 학기에 총 3번의 팀플이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3개의 팀플이 끝났다. 3개의 팀플 중 2개는 동기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처음보는 사람이 아니라 어색함 없이 의견을 공유할 수 있고,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부족한 점을 지적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휴일에 학교에서 만나자 해도 불평없이 "알겠다" 하는 모습에서 이번 팀플은 하늘이 보우하사 신이 나를 돌봐주신 거라 생각했다. 다른 학기에 비해 유난히 챙겨야 할 리포트와 퀴즈가 많았기에 정말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나 인생은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 법. 왼쪽 뺨을 맞을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으면 여지없이 오른쪽 뺨을 때린다. 나를 돌봐주신 거라 생각한 신은 행여나 내가 너무 순탄한 팀플에 지루해할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자그마한(?) 역경을 내려주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교양 팀플이 문제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동안 인터넷에서만 보던 온갖 팀플의 부정적 양상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신의 넘치는 배려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덕분에 나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작은 팀원 구성이었다. 교수님이 랜덤으로 4명씩 팀을 짝지어 주셨는데, 우리 팀원 중 한 명이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수업시간에 앞 줄에 앉고, 결석도 한 적 없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다만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을 뿐. 같은 팀이 되기 이전에도, 가끔 어떻게 3시간을 졸지 않고 의자에 앉아 모르는 언어로 수업을 듣는지 신기했다.

물론 교수님께 이의를 제기했다. 3명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우리 팀이 다른 팀에 비해 불리한 것이 아닌가요. 0.1점이라도 가산점을 주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 왜 해보지도 않고 불만부터 털어놓느냐고 꾸지람을 주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팀보다 더 열심히 해서 "우리는 3명으로 이렇게 잘 해내었다!" 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싶었으나,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그리하여 나는 팀장이 되었다... (ㅎㅎㅎ...) 팀플은 점수가 꽤 큰 과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잘 해내어야 했다. 더구나 나는 중간고사를 제대로 말아먹었으니까 더!

그래서 궁극의 귀찮음인 리포트를 내가 쓰기로 하며, 과제를 수행할 의욕이 없어보이는 팀원들에게 일부러 자료 조사를 맡기고 기한을 정해주었다.

여기서 나는 뒷목이 뻣뻣해지고,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신이 원했던 대로 나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조사한 자료를 보내주기로 한 날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연락오는 사람이 없었다. 혹시 몰라 다음 날에도 메일함을 확인해 보았으나 여전히 없었다. 이틀 뒤가 바로 발표였으므로 시간이 많이 촉박한 상황이었다. "이제 우리도 리포트 쓰고, ppt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굉장히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으나, 최대한 부드럽게 단체카톡방에 메세지를 남겼다.

조금 이따 숫자가 하나 줄어들고 날아온 답변.

"그렇겠지"

응? 지금 내가 제대로 읽은거 맞나? 그렇겠지? 아니 이게 뭔 소리야? 그렇겠지 라니? 저기요. 우리 내일 모레 발표랍니다?

위 내용은 실화이다. 정말 저렇게 답변이 왔다. 짜증이 부글부글 끓다 못해 몽땅 연기로 증발해버렸다.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가만히 있다가, 영혼 밑바닥까지 내가 가진 모든 긍정을 끌어모아 다시 물었다. "저저번주에 이야기 했던거는 알아봤나요?"

"아직- 좀 바쁘네 미안. 지금할까"

참고로 이 팀원은 나와 친한 오빠이다. 하하하. 여기서 교훈 하나. 사람을 믿지 말 것. 그래도 친한 사이인데 어느 정도 잘 해주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이 오빠와 나머지 팀원은 다음날 나에게 조사한 자료를 보내주었다. 드디어 자료를 건네받은 역사적인 그 날은 리포트 제출 마감일이었다. 나는 점심과 저녁밥을 포기한 대가로 리포트를 무사히 시간 내에 업로드 할 수 있었다.

다음은 ppt였다. 당장에 해가 떠서 다음 날이 되면 발표를 해야하는데 ppt가 없는 것이다. 리포트도 마감 당일에 겨우겨우 냈는데 ppt가 있을리 만무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단체카톡방에 'ppt는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어보니 한 명은 답이 없고, 한 명은 집에 파워 포인트가 없다 하였다. 파워 포인트가 없대... 허허허... 워낙 시간이 없어서 어처구니 없어 할 시간도 부족했다. 일단은 만들고 봐야했다. 그렇다. ppt도 내가 만들었다.

발표 당일, 새벽 4시 넘어서까지 ppt를 만든 탓에 정말 피곤했다. 등교 준비 하는 내내 눕고 싶었다. 졸렸고, 자고 싶었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꾸역꾸역 양말을 신고 있는데 카톡이 하나 왔다.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출석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발표자였다. 발표 당일인데 못 온다고 했다. 시작 30분 전이었다. 커다란 손으로 뒤통수를 찰지게 얻어맞은 듯 했다. 덕분에 졸렸던 기운이 싹 사라지고 눈이 커졌으며 정신이 말짱해졌다. 그리고 스멀스멀 덮쳐오는 생각. 아 설마... 설마는 정확하게 현실이 되었다. 맞다. 발표도 내가 했다.

이로써 나의 마지막 팀플은 끝이 났다. 흔히들 결혼식장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말하는데, 저 말은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나도 발표 30분 전에 발표자가 저 오늘 학교 못가요 연락할 줄 몰랐다. 끝나기 전까지 스펙타클한 팀플이었다. 한 동안 이런 격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충분하다. 다시 학교, 집, 학교,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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