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 오쿠다 히데오 장편소설

"차라리 둘이서 죽여버릴까? 네 남편."

이 문장을 보자마자 가정폭력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델마와 루이스가 저절로 떠오르는 나오미와 가나코. 두툼한 두께의 책 초반은 나오미의 시선으로, 후반은 가나코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이 책의 독자 대부분이 빠른 전개와 강력한 흡인력만큼은 만족한다는 평이 있던데 저 역시 그 부분은 공감합니다. 그녀들의 성격이나 주변 상황 묘사는 세세한데 정작 거사 진행에서는 치밀함보다는 허술하지만 빠른 흐름으로 나가고 있어요. 이 부분은 작가의 의도일 거라 판단되네요. 후반부에 그에 관한 소소한 반전이 상당히 많이 나오거든요.

곧 서른을 바라보는 이십 대 후반인 나오미와 가나코는 평생 친구라고 부를 만큼 마음이 잘 맞는 사이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가나코 남편의 폭력 이야기. 아무리 친구 사이지만 자기 일처럼 흥분하며 분함을 떨치지 못합니다. 나오미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무기력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가정폭력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 가나코에게 생겼을지도 모를 사태를 아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오미의 마음속에는 늘 파도가 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도망치고 있다는 꺼림직함에서 기인한 것이다. 』 - p112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가나코. 한 사람이 참는 것으로만 성립되는 가정폭력에서 왜 벗어나질 못할까요.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부모님 생각에... 등 온갖 이유는 있지요. 가나코는 남편의 폭력과 마주할 때 지금의 나는 가짜 인생을 살고 있다며 진짜 내 인생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비록 도피이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참을 만했다며... 매번 폭력 이후 용서를 비는 남편을 용서하길 반복하고 폭력에 저항할 힘도 없고 도망치지도 못하는... 정신적으로 지배당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오미의 입장에선 죽어 마땅한 인간인 가나코의 남편. 나오미는 어떻게 그를 사라지게 하고 (살해라는 단어도 아까울 정도여서 제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요) 가나코에게 편안한 일상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때 직업상 알게 된 중국 화교인이 나오미의 결심에 영향을 끼치네요. 중국 여성들은 기가 드세고, 일본 여성처럼 가정폭력에 가만히 있지 않고 복수를 한다는 말을 내뱉는 식으로요.

『 자신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나 책략은 모두 정당방위가 된다. 』 - p116 『 액자에 넣어 장식하고 싶을 만큼 완벽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는 없다. 자신은 이 계획과 사랑에 빠졌다. 』 - p178 나오미는 어떻게 가나코의 남편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을까요. 사회 시스템의 허술함을 비집고 들어가 나름의 완벽한 범죄 시나리오를 짜고 드디어 가나코와 함께 남편 제거 작전을 실행합니다. 평범한 여자가 사람을 죽이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 불편한 사회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거한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게 그나마 버티며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격려가 된 셈이지요. 가나코의 경우 그동안은 무기력했지만, 나오미의 도움으로 결국 감옥 같은 인생을 탈출하려는 마음을 먹은 이후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 인간은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스위치를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 - p385 나오미의 시선에서 진행된 파트에서는 남편을 제거하기까지의 과정이 참 수월하게 착착 진행됩니다. 하지만 가나코의 시선으로 진행된 후반부에서 그 시나리오가 얼마나 허술했었는지 속속 드러나네요. 시누이가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도 않습니다.

나오미와 가나코에게는 매일 아슬아슬 줄타기 같은 상황입니다. 이쯤되면 나오미와 가나코는 과연 델마와 루이스처럼 결말이 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독자의 공감을 받을만한 어떤 이유로 그 상황을 피해갈 것인가... 그 부분이 흥미로웠네요.

그저 사라진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을 뿐인데. 억압받는 여성에서 성취하는 여성상을 보여준 <나오미와 가나코>. 찝찝함 없이 나름 깔끔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안심하면서 역설적이게도 허무한 마음도 없진 않았습니다. 어떤 것에도 살인은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과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겠지요.

인디캣책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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