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로버트 라이시의 1대99를 넘어>

2011년 불평등에 항의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큰 이슈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위를 단지 미국에서 벌어지는 특수한 시위일 뿐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2014년에 토마 피케티 교수의 <불평등 경제>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도 부의 불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11가지 액션플랜’이란 부제와 함께 출간된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세 행정부에서 요직을 거쳤고, 가장 최근에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미국 경제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기도 합니다.

부의 불평등에 대한 미국의 민낯을 여지없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마치 우리나라 얘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는 겁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4년 말에 발표한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소득 불평등을 지목하고 있는데요, "1980년대에는 소득 상위 10%가 소득 하위 10%보다 7배 더 많은 소득을 가져갔으나 현재(2013년)는 9.5배 더 가져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하위 10% 대비 상위 10% 소득이 18.8배이고, 우리나라는 10.1배입니다. 이는 OECD 평균을 넘는 수치이고 독일(6.6배)과 프랑스(7.4배)를 훨씬 앞지르는 수치입니다. 확실히 남 얘기가 아니란 게 느껴지죠?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1부에서 미국의 경제상황이 일반 근로자에게 불리하고, 갑부와 대기업에 유리하게 조작되어 갔는지 알아봅니다. 2부에서는 소수의 사람들이 일반 국민을 쥐어짜며 엄청난 부를 누리던 19세기 말로 나라를 되돌리고 싶어 하는 역행주의의 부상을 다룹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런 불평등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지나치게 많은 소득과 부가 상위층에 돌아가는 바람에 일반 국민이 경제를 돌아가게 만들 구매력을 잃었기 때문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도 거론되는 사례인 2008~2009년 미국 금융 위기 또한 미국인들을 분노케 한 사건입니다. 당시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 납세자들이 낸 세금이 쓰이는 와중에도 당시 AIG 보험사의 행크 그린버그는 2억 5,000만 달러의 거액을 챙겼습니다. 우리나라도 IMF 금융위기 때 전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했습니다만 금모으기에 참여했던 분들이 현재 그것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근로자가 곧 소비자라는 기본 합의가 깨졌기 때문

1부를 마무리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경제는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지 그 반대여서는 안 된다. 경제가 존재하는 목적은 충만하고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갈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 상황이 조작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불공정해 보이는 사회에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고, 분노와 냉소주의가 퍼져 있는 사회에서는 잘 살 수 없다.

2부에서는 미국에서 점점 확대되는 역행주의를 다룹니다. 역행주의자는 적자생존을 뜻하는 사회진화론을 주장하며 가난한 사람이나 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도와주면 오히려 나태를 부추기므로 도와주지 말하야 한다고 강조하고, 역행주의가 자신의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고 강화시켜주는 최고의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진보주의자들이 개방과 동등한 기회, 관용이 중요하고 그래야 우리가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역행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은 정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3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11가지 액션플랜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이 액션플랜은 미국 상황에 기반한 액션플랜인 만큼, 그보다는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제시한 해법을 참고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주로 미국에 초점을 맞추어 저술했지만 한국 설정에도 적절하리라 생각한다며, 저자가 확인한 자료를 인용해 설명합니다. 2009년 국세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급여 근로자 상위 1%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억 4,320만 원으로 일반 급여 근로자 평균 소득보다 9.1배 많다고 합니다. 저자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해법을 옮겨 보겠습니다.

● 첫째, 대학 입학 절차를 향상시켜, 능력이 뛰어난 저소득층 자녀에게 고소득층 자녀와 똑같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 둘째, 직업 교육과 기술 교육의 질을 강화해야 합니다.

● 셋째, 저소득층 자녀들이 조기 아동 교육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 넷째,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 다섯째, 근로소득세 공제와 기타 제도를 학대해 저소득층 가정이 전체 국가 소득에서 지금보다 많은 몫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물론 저자의 해법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현가능성이나 또 다른 부작용 가능성, 그리고 사람마다 오묘하게 다른 관점도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최소한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부의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고, 이것이 언젠가 정말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저자는 무엇보다 시민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하라고 강조합니다. 글을 모두 옮겨 보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우리 대부분이 시민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고, 그래 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노력은 해봐야 한다

능력을 발휘해서 잘사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지위와 권력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미국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서 많을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촌철살인의 일러스트 또한 좋은 책입니다. 1이 아닌 99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책 권하는 냐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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