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몇 번이나, 마음 속으로 말했다.
"이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소탈하고, 정이 많은 사람. 따듯하고 웃음이 많은 사람.
이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이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
오늘도 이 사람은 우리집 앞을 다녀갔다.
현관문 앞에 걸려있는 과일봉지.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걸까?
내게 그런만할 자격이 있는걸까?
그럼에도 몇번이나 마음 속으로 말했다.
이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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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마다 오래 전 읽은 소설 속 장면이 떠오른다.
그녀는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눌렀다.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그녀가 말했다.그리고 다시 안경을 썼다.
"죄송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뭐가?"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서요"
나는 오늘도 몇번이나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고. 이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그런데 나 또한 소설속의 그녀처럼 결국 사과를 하고 만다.
죄송해요. 늘 머리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서요.
이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
이 사람을 사랑하고싶다는 말 조차, 이 사람이 아닌 너에게.
너에게
-김동률 <내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