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새 외국인 투수 저스틴 저마노 스카우팅 리포트

5월 말 앤디 시스코를 방출한 kt 위즈는 딱 한 달 만인 6월 말 필 어윈까지 웨이버 공시함으로써 두 번째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시스코의 대체 선수로 투수가 아닌 타자(댄 블랙)를 선택해 큰 재미를 보고 있는 kt는,이번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많이 익숙한 투수를 데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일, kt는 어윈을 대신할 새 외국인 투수로 우완 저스틴 저마노(32)를 영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저마노는 2011년 삼성에서 뛴 이후 4년 만에KBO 리그로 복귀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2011년 저마노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시점 역시 시즌 중으로, 당시에는 삼성이 카도쿠라 켄을 방출하며 한국 무대에서 뛰게 되었다.)

사실 저마노가 KBO 리그로 돌아올 정황은 작년부터 조금씩 포착되었는데, 저마노는 지난해 MyKBO 사이트를 운영하는 댄 커츠의 트위터에 외국인 투수를 찾는 한국 팀이 없느냐는 질문을 올린 적이 있다. 또한 현재 kt의 외국인 선수 영입에 관여하고 있는 이충무 차장이 과거 저마노를 영입할 당시 삼성의 외국인 담당 스카우트였다는 점은 저마노의 kt행에 대한 복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이미 저마노가 누군지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연 그가 최근 4년간 얼마나 달라졌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Background

저마노는 2000년 드래프트 13라운드에서 샌디에이고에 지명을 받은 후 4년간 마이너리그 단계를 차례로 밟고 올라와 마침내 2004년 5월 22일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6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거의 매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들락날락하는데 그쳤다. 제구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쁘지 않았지만 느린 패스트볼 구속으로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해 결국 빅리그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샌디에이고, 신시내티, 필라델피아 등 여러 팀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트리플 A와 메이저리그 사이에서 정체되어 있던 저마노는 2009년 일본프로야구로 눈을 돌리게 된다. 소프트뱅크에 입단한 저마노는 그해 14경기에 등판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4.38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시즌 후 소프트뱅크는 저마노의 잔류를 원했지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해 결국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후 2010년 다시 클리블랜드에 입단해 주로 불펜투수로 나서며 23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는가 했지만, 2011년 메이저와 마이너에서 모두 부진하며 결국 시즌 중반 한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윤석민, 류현진과 같이 빠른 패스트볼 구속으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유형의 외국인 투수를 원했기에 저마노는 영입 후보 0순위로 거론되지 못했다. 실제로 2군 시범 등판에서 3이닝 2실점을 기록해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정작 1군 데뷔전에선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첫 승을 올리는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140km 초반의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힘은 부족했으나 안정적인 제구력을 앞세워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 싱커 등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그해 8경기에 등판해 45.1이닝 동안 5승1패 2.78의 평균자책점으로 덕 매티스와 함께 후반기 삼성의 외국인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이후 삼성 역시 소프트뱅크와 마찬가지로 그와 재계약하길 원했지만 저마노 역시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같은 이유에서 삼성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듬해 보스턴과 계약한 저마노는 트리플A에서 연일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인 끝에 5월에 승격됐고, 양키스를 상대로 한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5.2이닝 7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2012년 트리플A 팀 내 최고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지만, 이내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방출 당하며 컵스, 토론토, 텍사스, 시애틀을 차례로 옮겨 다니는 저니맨으로 전락했다.

Scouting Report

올 시즌 저마노는 kt행 발표 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정상급 투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결국 메이저리그에 승격되지는 못했지만, 시애틀 산하 트리플A에서 18경기 동안 11번 선발로 나와 89이닝 7승 3패 평균자책점 2.83과 0.91의 이닝당 출루 허용률을 기록해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피안타율까지 0.201로 뛰어나 여전히 마이너리그에서는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올시즌 9이닝당 볼넷은 1.42개에 불과해 특유의 칼 같은 제구력 역시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타고투저로 악명 높은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올해 저마노가 기록한 2.83의 평균자책점은 마이너리그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7위에 해당한다. 이는 조 블랜튼, 배리 지토 등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부터 애리조나의 앤서니 라나우도, 비달 누뇨, 로비 레이를 비롯해 콜로라도의 존 그레이와 다저스의 잭 리 등 조만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하게 될 쟁쟁한 유망주들보다도 나은 성적으로, 심지어 뉴욕 메츠의 최고 유망주 듀오인 노아 신더가드와 스티븐 마츠보다 우위를 점할 때도 있었다.

올해 그가 보여준 10%대 후반의 삼진율은 여전히 그가 많은 삼진을 잡아내진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반대로4%에도 미치지 않는 낮은 볼넷률은 여전히 그의 제구력이 날카롭다는 방증이다. 특히 마이너에서의 땅볼 비율이 올해까지 매해 40%대를 넘기고 있다는 점은, 싱커의 땅볼 유도 능력 역시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앞서 나열한 대부분의 유망주들을 제친 0.201의 피안타율과 0.600 근처에서 형성된 피OPS다. 즉 마이너리그 타자들은 올해 한껏 폼이 오른 저마노의 공을 쉽게 때려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마노는 적은 삼진수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루킹 삼진의 비중을 많이 끌어올렸다. 이 역시 저마노가 공을 존 구석구석으로 잘 찔러 넣은 결과이며, 커맨드를 상당히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불어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타자들이 존을 벗어나는 공에 스윙하는 비율(O-swing%)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30%대인데, 이는 결국 변화구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4년 전 KBO 시절과 위에 서술한 마이너 경력에서 알 수 있듯, 저마노는 싱커와 커브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다. 이때 87마일(140km) 수준에서 형성되는 싱커 구속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섞어 던질 줄 아는 투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에는 싱커와 커브의 비중을 약 85%로 배분할 만큼 철저히 싱커-커브 위주의 투구를 펼쳤다. 또한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슬라이더를 간간이 섞는 편이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아 이 경우 싱커와 커브의 비중이 무려 90%를 넘어가게 된다.

초구로는 대략 3분의 2 정도의 비중으로 싱커를 던지며,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는 커브의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는 편이다. 메이저리그 등판 자료 상으로 저마노의 커브 무브먼트가 2012년 이후 해가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추가로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KBO 리그에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그 중에서도 커브가 뛰어난 투수의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마노는 재활용 외국인 투수로서 상당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최근 몇 경기의 마이너리그 등판에서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가 상당히 높아진 부분을 들 수 있다. 시즌 초에는 2점 대의 FIP를 유지했지만 최근 평균자책점이 오르면서 FIP도 어느새 4점 대로 동반 상승하게 되었다. 이는 피홈런의 영향이 큰데, 마이너리그 최근 8경기에서 홈런을 9개나 얻어맞은 탓이다. 물론 그 중 2경기에서는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한 경기에 3개를 몰아 맞은 적도 있어 KBO리그에서도 피홈런에 대한 주의가 각별해 보인다. 게다가 올시즌 저마노가 기록 중인 BABIP는 0.212로, 여태까지 그가 타고투저 리그인 PCL에서 매년 3할 근처의 BABIP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성적은 운도 다소 따라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즉 당장 KBO 리그에서 트리플A에서와 같은 피안타율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마노는 이번 시즌 타고투저로 유명한 PCL 리그에서 뛰었지만, 그가 속해있는 소속팀 타코마 레이너스의 홈구장은 오히려 투고타저에 가까운 구장이다. (득점팩터 88, PCL 16개 팀 중 14위) 저마노의 성적 역시 홈과 원정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는데 홈에서는 44 ⅓ 이닝 동안 3승 1패 ERA 1.42를 기록했지만 원정에서는 44 ⅔ 이닝 동안 4승2패 ERA 4.23을 기록하였다. 특히 저마노의 홈/원정 스플릿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피홈런인데 홈에서는 피홈런을 단 3개만 허용한 반면, 원정에서는 피홈런을 무려 8개나 허용하며 구장에 따라 성적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kt 위즈 홈구장의 파크 팩터는 알 수 없지만, 타자 친화 구장으로 알려진 목동 구장이나 문학 구장에서 다소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The Future

총평하자면 kt는 ‘최근 마이너리그 성적이 훌륭하고 과거 일본야구를 비롯해 KBO리그까지 경험한 바 있어, 나이(32)에 비해 베테랑의 냄새가 물씬 나는 피네스 피처’를 영입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 KBO 리그에서의 활약이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는 점도 저마노가 신생팀 kt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상당히 적합한 이유다. 어윈의 극심한 부진으로 인한 반사효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kt 팬들 역시 저마노의 영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마노가 4년 전과 같은 활약을 해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저마노로서는 최근 마이너리그에서의 기세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더 이상 BABIP와 같은 운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이를 지혜롭게 대처해나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저마노 스스로가 4년 전의 좋았던 경험과 기억들에 매몰되는 것이다. 저마노는 4년 만에 KBO 리그로 돌아왔지만, KBO 리그 역시 4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찌 보면 한국야구에 새롭게 도전하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그가 입단하게 될 kt는 4년 우승팀 삼성과는 분명히 다른 신생팀이며 리그에서 수비력이 가장 떨어지는 팀(DER 10위)이라는 것 역시 땅볼 유도형 투수 저마노의 적응에 다소 악재가 될 수 있는 요소이다.

그래도 저마노에게는 ‘리그 적응’이라는 변수가 조금은 작게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저마노는 그의 제구력만큼이나 안정적으로 kt에 연착륙할 수 있을까. 만약 저마노가 이번에도 대체 외국인 선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낸다면, kt는 앞으로도 계속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큰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기록 출처

MinorleagueCentral (http://minorleaguecentral.com/)

MiLB.com (http://www.milb.com/index.jsp)

Fangraph.com(http://www.fangraphs.com/) KBO(http://www.koreabaseball.com/Default.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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