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the way you look tonight

서글서글한 눈이 좋아 결혼했던 나의 착한 남편은, 요즘 내 눈치를 본다. 아주 많이.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오늘 점심에는 내가 좋아하는 불고기와 크림스파게티(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를 만들지 않나, 슈지를 목욕시켜놓지를 않나(슈지가 발버둥 치는 소리-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남편의 모습이 들려왔다). 안했던 일까지 굳이 자신이 맡아 하고 있다.

“가지마.”

그가 갑자기 이런 행동들을 한 이유다. 내가 좋아하는 그 눈을 늘어뜨리며 “내가 더 잘할게.”라고 하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여자가 되는 것 같다.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나다. 밥을 먹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그는 나에게 “안 갈 거지?” “저기, 내가 생각해봤는데 네가 가면 슈지는 죽을 것 같아.”처럼 난처한 말을 끊임없이 한다. 하루는 전에 본 적 없는 열정적인 스킨십과 섹스로 내 정신을 빼놓으며 애처롭게 울고 말았다. 나는 민망하다는 듯 웃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견뎌야하는 시간이다.

그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헤어져야하는 건, 난 아직 보지 못한 게 너무 많아서다.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볼 걸 다 보고 사겠느냐만, 국내 여행은 물론이고 제주도 한번 마음 편히 다녀와 본 적이 없다. 그는 여행을 싫어한다. 비행기 사고를 겪은 후 트라우마가 크다. 내가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없는 이유다.

그런 남편을 두고 세계를 돈다는 것을,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았다. 아, 희진이를 제외하고. 아직도 내 핸드폰에는 희진이가 보낸 “그래도 마지막엔 돌아와야 돼.”라는 문자가 담겨있다. ‘마지막엔.’이라니. 희진이도 다 컸다.

희진, 희선, 희원이가 미국에서 모두 왔다. 가족회의라도 하는 것인가 했더니, 항상 그랬듯이 뒤뜰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다들 평상시처럼 음식이나 정치, 경제, 이웃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가 화를 내다가(희원이는 정치 이야기를 할때 항상 화를 낸다) 별을 바라본다.

동글이(태명을 아직도 부르고 있다)가 가져온 폭죽도 터뜨렸다. 생각 외로 폭죽이 너무 크게, 오랫동안 터져 모두가 넋을 놓고 바라봤다. 희선이가 가져온 양갱까지 모두 먹자 다들 배가 불렀는지 배를 만지고 있다. 희진이는 “여기도 별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라고 내뱉었고, 그 말에 동의하는 듯이 모두가 하늘을 쳐다봤다. 별도, 나도 사라지는 것이다. 이곳에서.

새벽 6시. 8시 비행기니 지금은 출발해야 한다. 이혼 서류를 다시 확인 한 후, 남편의 눈에 입을 맞추고, 가방을 맸다.

노환이니, 뭐니 이런 저런 약들을 챙기며 희진이가 말한 ‘마지막 때’가 생각이 났다. 약을 먹을 때면 항상 생각날 것 같다.

조간신문을 거실 테이블에 올리고 슈지에게 인사했다. 거실에 나와 배웅하는 아이들, “동글아 할머니한테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해야지”라며 동글이 뒤로 숨은 희선이는 울고 있었다. 나는 결국 좋은 아내도, 좋은 엄마도 아니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처마에 달렸던 이슬이 코에 ‘톡’하고 떨어진다. 갑자기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마치 당연히 나와야했던 사람처럼.

내일 이 시간이면 블란서에 있을 것이다. 문득 조간신문 1면에 있었던 ‘황혼이혼율 역대 최대’라는 제목이 생각나 한참을 미소 지었다.

나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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