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당신 앞에 남은 인생은 몇 년 정도일까요? 과연 몇 살 까지 살기를 기대하시나요?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 또한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수명이 길어진 만큼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걸까요? 글쎄요. 물론 누구나 오래 살기를 희망하지만 수명의 연장이 곧 행복의 극대화로 직결된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죽음을 더욱 멀리 두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길어진 수명에 대비하려고 현재의 욕망을 최대한 억제한 채 미래에 대비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도 읽었듯이, 우리는 현재와 나 자신에 집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억제된 삶 속에서는 그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 속 부품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교를 나오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기르면서 그럭저럭 살다가 언젠가 죽는 삶으로 미래의 시간을 스스로 결단을 내려버린다면 ‘베로니카’처럼 죽음을 결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베로니카’가 바로 그러한 권태로운 삶의 고리를 끊고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자살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지만 자살을 위해 먹은 약은 심장에 무리를 주어 그녀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게 되고, 그녀의 남은 삶의 기록이 300페이지에 걸쳐 담겨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베로니카는 서서히 그녀 자신과 조우하게 됩니다. 자신을 조롱한 사람에게 다가가 뺨을 내리친다거나, 치고 싶은 만큼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욕망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상상한 것을 현실화 시키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잃어버렸던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됩니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규범에 따른 행동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생의 감각이 되살아난 것입니다. 책의 무대가 되는 ‘빌레트’라는 병원은 다양한 환자와 환자이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머무르는 공간입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사회가 부여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그들의 무의미한 행동들은 타인의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갇힌 곳에서야 비로소 자유를 찾은 사람들이었고, 시공간이 멈춰버린 듯한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찾은 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겠지요. 자신의 모든 것을 유예시킨 채 사회와 단절된 곳에서 스스로 자유를 반납하고 모든 선택의 책임으로부터 도피한 것뿐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몸부림치는 베로니카의 존재는 자극제가 되어 용기 내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저 또한 그들처럼 베로니카의 남은 생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기 앞에 놓인 미래의 모습을 스스로 ‘결정’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맘에 들던 맘에 들지 않던 결국 나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네요.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있을까요? 언젠가 마주하게 될 그 순간을 후회와 두려움으로 맞이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살아 갈 것입니다.

덧 : 슬로베니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소설 속에서는 내전 상황이라는 배경이 간간히 등장하는데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궁금했습니다. 동유럽 근대사에 관한 책을 좀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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