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2015)

"약속을 지키지 않는 너희들, 손님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양동화인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와 우리나라의 시간적 배경인 1950년대 6.25 전쟁 직후의 결합, 그리고 충무로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배우인 류승룡, 이성민, 이준, 천우희가 이 영화의 헤드라이너로 나온다고 예고편이 나오면서 베일을 벗기 전까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을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영화 마지막에 동생을 안고 있는 철수가 했던 말인 "우리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는데..." 라는 대사에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잘 모르는 영화 보러 함부러 갔다가 손해 본 느낌이었다. 간단하게 영화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때는 휴전이 막 끝난 1950년대,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과 그의 아들 '영남(구승현)' 부자는 상경하던 중, 우연히 산골마을에 들어섰다.이 산골마을은 지도에도 등장하지 않는 곳이었는데, '촌장(이성민)' 의 지휘 아래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마을에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쥐! 시간이 흐를 수록 쥐의 개체 수는 늘어나고 도무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들 영남의 폐병을 고칠 돈이 필요했던 우룡은 쥐를 다 쫓아내주면 돈을 주겠다는 촌장의 제안을 받고, 피리로 하여금 쥐를 쫓아내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위협' 한다는 점이다. 의도치 않게 산골마을에 굴러들어온 우룡/영남 부자는 세상과 단절되었다 싶은 이 마을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촌장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에게는 경계의 대상. 특히나, 촌장에게 있어서 이 우룡/영남 부자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으며,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참으로 신경이 쓰였다.


그동안 외부인이 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까지 자신의 지시에 따라서 잘 돌아갔던 마을이었으나, 그들이 섞이면서 촌장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우룡/영남부자가 마을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쥐를 전부 다 쫓아내고, 우룡이 마을사람들의 신임을 얻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촌장은 이들이 자신의 가장 큰 잠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것임을 예감했고, 그들로 인해 이 마을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 판단하여 굴러온 돌을 돌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굴러 들어온 돌을 쫓아내기 위한 박힌 돌들의 결집력은 마치 수많은 쥐떼들이 피 냄새를 맡고 움직이는 것 이상으로 단단했다. 우룡/영남 부자를 쫓아내기 위한 구실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그들이 쫓아내는 방식은 흥건한 피를 적시는 것만큼 잔인했다. 이전에 굴러온 돌 입장에서 당시 박힌 돌이었던 나병 환자들과 무당을 빼내기 위해 결속력 있게 움직였던 것처럼과 같았다.



촌장은 그 중심에 서서 마을사람들 각자가 해야할 일들을 맡아야한다면서 '미숙(천우희)'를 압박하는 것처럼 마을사람들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자신들이 굴러들어오면서 결국 박혔던 돌을 빼버렸듯이, 결국 그들 또한 박힌 돌을 물리치지 못했다. 마치 이전의 결과를 답습하듯이 말이다.


순전히 '공포'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장치와 구조는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와 주요 요소를 살려내기에는 이 영화가 참 아쉬웠다. 마치 쥐들의 습격을 보고나서 꽤나 찝찝했던 것처럼. 서양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결말을 대부분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결말을 누구나 다 아는 원작을 어떻게 적용할 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김광태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감독이 다 탐내는 화려한 배우들을 재료로 사용했지만, 그 배우들로 하나의 조화로움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영화계의 보증수표인 류승룡과 이성민, 떠오르는 별인 이준과 천우희, 분명 그들이 각자 맡은 배역과 개개인 연기력은 탁월했다.

그러나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뜬금없었다. 예를 들면, 미숙과 우룡의 애정선은 솔직히 말해 이 영화에 필요가 없었다. 두 캐릭터의 러브라인 구도가 부각되다보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선 흐름이 너무나도 끊겼다. 물론 폐쇄성 짙은 마을사람과 외부인의 접촉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숙과 우룡의 애정선을 그렸을 터인데 굳이 두 캐릭터를 엮을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우룡과 다른 마을사람들과의 접촉으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꿔버린 것은 '선무당의 신내림' 과 '무당의 저주' 였고, 다른 요소는 영 쓸모없게 되어버린 셈이었다. 그리고 쥐로 하여금 공포감을 유발할 줄 알았으나,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게 만들어준 우리편이냐 빨갱이냐를 구분하던 이분법적 이데올로기였다. 피냄새에 맛들린 쥐들은 결국 '그저 잘 표현해낸 CG' 에서 끝나버린 것도 찝찝했다.

또한 이 영화 안에 웃음코드, 로맨스, 호러, 스릴러를 다 담아내려다보니 후반부로 접어들기 전까지 이 영화의 정체성도 상당히 애매모호했다. 류승룡이 후반부에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조커인 것마냥 얼굴분장하기 전까지는 이 영화장르가 스릴러 및 호러였다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



이게 다 '우룡' 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에서 문제가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약간 모자라지만 마음이 따뜻한' 악사라는 캐릭터를 따로 놓고 볼 때는 나쁘지 않으나, 다른 캐릭터들과의 케미스트리를 발휘하는 데 있어서 자꾸 어느 부위가 가려워지는 것처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철수가 마지막에 했던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우리 엄마가 모르는 감독이 만든 영화는 함부로 보지 말랬는데..." 소비자들의 구미를 확 당기는 여러가지 재료로 결국 분식요리로 밖에 만들어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


원문 : http://syrano63.blog.me/220423823838

남다른 주관과 철학. 인스타그램 계정 : @j.hyun.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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