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셋 리미티드 - 죽어야 할, 살아야 할 이유

코맥 매카시의 극형식의 단편소설 선셋 리미티드. 특유의 긴장감과 몰입감으로 단숨에 읽게 되는 얇은 소설이지만, 내용은 묵직하다. 흑인과 백인 남자 둘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첨예하게 대립하며 나누는 대화와 가끔 나오는 행동 묘사가 전부인 이 소설은, 어둑하고 남루한 부엌 테이블에 집중된 가스등같이 흐린 조명과, 여기에 비쳐 대비된 듯 도드라지는 흑백의 얼굴이 연상될만큼 연극적이다. 그래서 더욱 집중하게 된다. 백인 남자는 학식이 높은, 똑똑한 교수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통근하는 기차 플랫폼에서 생을 끝내려고 몸을 던졌다. 그날 아침까지 그는 분명 곧 죽어 없어질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흑인 남자가 그를 구했다. 그리고 그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재우고 먹이고 이야기를 하자고 종용하며 시간을 끈다. 흑인 남자는 목사다. 예수 믿으라는 말을 하는 일반 목사와는 다르다. 그는 범죄자 출신이다. 세상에서 죽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죽기로 한 교수와, 살려내야 할 이유로 그를 설득하려는 목사의 대립은, 그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정반대에 있는만큼이나 첨예하다. 흑인 목사가 상징하는 것은 꼭 예수님이나 기독교, 종교를 의미하는건 아니다. 인간이 고통스럽더라도 지구 상에서 살아갈 이유와 가치가 있음에 대한 믿음이다. 이건 특정 종교로 볼 부분은 아니다. 종교건 개인의 신념이건, 영혼의 계획이건 해탈이건 뭐건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가 뭔지를 어떻게든 설명하려는 모든 종류의 시도와 진리를 찾으려는 마음 자체를 의미한다. 즉, 인간에게는 생존 외의 삶의 어떤 숭고한 의미나 목적이 있다는 믿음이고 희망이다. 반면 백인 교수는 세상을 제대로 통찰하면 죽기를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죽음에의 공포를 치워내기만 하면 누구나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삶을 희망케 하는 모든 것들(흑인이 믿는 그것을 포함해서)은 고통을 달래기 위해 조악하게 만들어낸 것이고 이것은 역사를 통틀어 제대로 증명된 적조차 없는 자기위안용 환상과 착각의 산물들이다. 인간과 사회는 점점 나빠지고, 희망은 음악, 문학, 예술 등 지성의 문화라 여겼으나 이것이 무용지물임을 알게 된 순간 더 살아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 착각과 허상 속에서 삶을 지속한다는 것은 곧 무지의 소산이다. 둘의 관점은 유신론과 무신론과도 궤를 비슷하게 한다. 단순히 신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이 세상이 의미와 목적을 갖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저 기계적으로 자연스레 그리 존재하고 인간은 그 안에서 딱히 특별할게 없는지에 대한 관점의 대결이다. 누구나 전자를 믿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야 내 고통도 의미가 있다. 뭐가 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짧지만 강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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