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 메이 사튼의 책 제목입니다.
최승자 번역으로 까치글방에서 출간되었죠.
구매한 지는 꽤 되었는데
갑자기 요즈음 정서가 이쪽에 미치다 보니까
방 구석을 뒤져 찾아 읽게 됩니다.
메이 사튼은 벨기에 출신 미국 작가로,
짐작대로 혼자 살았습니다.
잘 아는 작가도, 흥미 있는 작가도 아니라서
그의 책이라고는 '혼자 산다는 것'을 제외하면
겨우 '신사 고양이' 정도 읽어봤을 뿐이지요.
이 정도만 알아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무심코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어요.
"우울의 이유들은
내가 우울을 처리하는 방식만큼 흥미롭지는 않은데,
내 방식은 그냥 계속 살아 있는 것뿐이다.
오늘 새벽 네시에 깨었는데 깬 채로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한 시간여 동안 누워 있었다.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마침내 일어나 나날의 잡일들을 하면서
파멸의 느낌이 걷히기를 기다렸고, 그렇게 해준 것은
집안 초목들에게 물을 준 일이었다.
간단한 욕구, 살아 있는 것의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는 것 때문에 갑자기 기쁨이 되살아났다.
청소를 하는 것은 결코 그런 효과가 없지만,
그러나 고양이들이 배고파할 때 먹이를 주고,
앵무새 펀치에게 깨끗한 물을 갈아주는 일을 하면
나는 갑자기 침착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건 혼자 사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어떻게 혼자서 사나요.
제가 유키무라 마코토의 만화 '파라네테스'에 나오는
"우리들은 혼자서 살다가 혼자서 죽을 거야"라는
별 볼 일 없는 대사를 참 좋아하지만, 그리고
'좀머씨 이야기'의 좀머씨 기분을
늘 이해하며 살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지만서도,
어떻게 혼자 살아요.
이 책은 초장부터 기대를 배신하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책은 참 좋습니다.
나탈리 머천트가 부른 노래 중에
'if no one ever marries me'라고 있습니다.
leave your sleep 앨범에 속한 모든 노래가 그렇듯,
19세기 시에 곡을 붙여 불렀지요.
이 시를 쓴 시인은
네덜란드 화가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딸로서
자기가 18세 때 써 내려간 시의 내용처럼
평생 혼자 살다가 죽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집안이 부유했으므로
그 삶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natalie merchant
leave your sleep
If no one ever marries me,
And I don't see why they should,
For nurse says I'm not pretty,
And I'm seldom very good
If no one ever marries me
I shan't mind very much
I shall buy a squirrel in a cage,
And a little rabbit-hutch
I shall have a cottage near a wood,
And a pony all my own,
And a little lamb quite clean and tame,
That I can take to town
And when I'm getting really old,
At twenty-eight or nine
I shall buy a little orphan-girl
And bring her up as 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