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

"연애만 하자고요, 연애만. 연애가 다른 게 아니에요.

좋고 끌리는 사람들끼리 즐거운 시간 쌓는 게 연애예요."

-영화 <연애의 목적> 중

쿨한 연애가 대세다. 상대에게 질척거리지 않고 만나고 싶으면 만났다,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졌다, 말하자면 적을 두지 않는 연애다. '사랑해' 앞에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이라는 말이 생략되어있다고, 하지만 이 순간이 지나면 사랑할지 말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그들에게 연애는 가볍다. 설렘이 잦아드는 순간 언제든 헤어질 준비가 되어있다.

쿨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자유분방하다고 표현한다. 어떻게 사람이 한결같이 좋겠는가. 욕망과 감정에 솔직하고 아무것도 포장하거나 속이지 않으니, 상대에게도 자신은 떳떳하다고 믿고 있다. 최소한 거짓말로 꾸며내 널 매 순간 사랑하는 척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냐며.

그들은 섹스 앞에서도 솔직하다.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원한다. 물론, 그것이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사랑하는지 여부와는 별개이지만 말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한 번 같이 자고 난 후 바람같이 사라져 상대를 당혹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함께 밤을 보내고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고 간주하는 상대방에게 쿨한 남녀는 말한다. "같이 자면 꼭 그렇게 얽어 매야 하니?"

언뜻 보기엔 구질구질해지지 않고 늘 의연한 그들이 멋있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혹 당신이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가 '쿨한 남녀'라면 하루빨리 그 혹은 그녀를 정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은 냉혹한 세상이 만들어낸 일종의 괴물이다. 각박한 세상에 살며 많이 치여 사랑에서조차 상처받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상처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지만, 그들은 상처를 특히 많이 받은, 어쩌면 타고나길 남들보다 상처에 취약하게 태어난 인종이다. 그런 사람과 만나다 보면 당신은 스스로를 망치는 집착증 환자가 되어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사랑과 별개로 인간에게는 성욕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사랑은 성욕보다는 좀 더 고등한 감정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 쿨한 남녀는 좀처럼 '사랑'의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성욕과 사랑의 그 어디쯤엔가 어중간한 설렘과 짜릿함의 경계에만 계속해서 머무는 것이다. 그들이 사랑의 단계로 올라서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섭기 때문이다. 쿨한 연애는 사랑에 도달할 필요가 없다. 적당히 놀다가 연애 초반의 불이 사그라들면 그만두면 된다. 깊이가 얕았던 만큼 상처도 얕다. 즐겁게 놀다가 마음 다치지 않고 관계를 끝내버리면 되니 그 얼마나 편하겠는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보다 만 배는 어렵다. 그러므로 사랑할 줄 아는 당신은 잠자리만 탐내는 그 혹은 그녀보다 훨씬 고등한 존재다. 이 순간, 나만 목 매는 것 같은 연애를 하고 있다면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시길. '쿨한' 그의 굴레에서 벗어나 '뜨거운' 연인을 새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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