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성구] 라우스터프 (RAW STUFF)

고민하지 말고 심플하게, 라우스터프

※ 예전에 작성했던 글을 토대로, 재구성하여 올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처음 올리는 카페 글의 주인공입니다. Raw Stuff, 라우스터프라고 읽습니다. 영수증에 라우스터프 라고 찍혀 나왔거든요. 사실 저는 가게 상호명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정식 명칭을 찾아보거나 물어보는 편입니다. (아직까지 물어볼 일은 없었습니다만.) 가게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것은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부정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마치 사람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것과도 같다고 해도 될까요.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Yngwie Malmsteen을 잉위 맘스틴이라고 불러서 잉베이 본인이 깨나 성질을 냈다는 일화를 본 기억이 나는군요.

라우스터프는 오픈 전부터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서울 카페쇼에도 모습을 보이셨다고 하는데, 저는 가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라우스터프는 이전에 이미 로스터리 샵으로 활동을 하셨다고 하네요. 재정비하여 카페로 오픈하신 지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간 날이 오픈 2일차였나, 그랬으니까요.

라우스터프는 흰색, 검은색, 회색, 3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페 전반적인 아이덴티티도 이 3가지 색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말이죠. 메뉴는 딱 4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바닐라라떼 입니다.(이전엔 모카, 브루잉, 티를 포함해 7개였습니다만, 현재는 빠진 상태입니다.)

구색 맞추기 메뉴 없이, 딱 기본에 충실한 메뉴입니다. 이런 저런 고민할 필요 없이 네 가지 중에서 하나만 고르면 되는 구조입니다. 심플하게 고르고, 커피를 받고, 마시면 되는, 정말 간편한 시스템이군요.

이런 메뉴판 형태를 보니, 어떤 마트에서 여러가지 종류의 선택권을 준 경우와 아주 적은 종류의 선택권을 줬을 때의 소비자들의 반응을 분석한, 아주 유명한 실험이 생각납니다.

종이컵에 적힌 글씨에도 신경이 묻어나 있는, 세심함이 보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카페의 아이덴티티가 빛을 발합니다. 자칫하면 무성의함이 될 수도 있는 이런 심플함은, 세세한 부분에 손길이 닿아있을 때, 제대로 된 심플한 아이덴티티로 거듭나는 듯 합니다.

(라우스터프의 커피는 슬레이어 커스텀 3그룹, 빅토리아 아르두이노(시모넬리) 미토스원 그라인더, 로링 멀린 로스터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라우스터프의 에스프레소는 산미가 도드라진, 깔끔하게 넘어가는 느낌이 제일 먼저 와닿습니다. 단맛과 미세한 쌉쌀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상큼한 과실 주스를 마시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목넘김이 굉장히 부드럽기에, 몸이 아픈 날에도 전혀 부담감이 없었습니다. 다른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의 경우 몸이 아픈 경우 아예 입도 대기 힘들었던 경우를 생각한다면요.

전 우유를 잘 마시지 못해서 마셔보지 못했지만, 바닐라 라떼가 라우스터프 최고의 인기메뉴이더군요. 바닐라빈을 직접 끓여서 시럽을 만드시는 정성도 같이 맛보실 수 있습니다.

한 때는 블렌딩(두 가지 이상의 원두 배합)과 싱글오리진(한 가지 원두)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싱글오리진으로 완전히 교체하신 듯 합니다. 특별히 기간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특정 기간 동안 운용하는 원두가 있고 원두가 소진이 되면 다른 원두를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현재는 코스타리카 원두를 사용중이신 듯 하고요.

킵컵 브루잉 버전, 라우스터프의 로고가 새겨져있습니다. 직구로 해도 32달러길래, 라우스터프 킵컵을 냉큼 샀습니다.

사담이지만, 저는 이런 굿즈나 기타 파생상품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당장 스타벅스만 해도 수많은 아이템들과 그를 노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죠. 스타벅스 2015 플래너를 위해서 스타벅스의 커피를 수십잔 사먹는 사람들의 수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개인 카페들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구 카페들이 한 번 의기투합하여 단체로 아이템들을 만들어 주신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꼭 얘기하고픈 점이, 카페 전체의 분위기와 구성입니다.

대구에서 이런 스타일의 카페가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생겨도 한 3년 뒤면 생기겠지.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제 생각보다 3년이나 빨리 이런 스타일의 카페가 생겨주었군요.

넓은 홀과, 커피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구성이 정말 좋았습니다. 채광이 좋을 오전과 낮 시간 대에 라우스터프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편한 자리를 위해 카페를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옳은 선택이 아닐 수 있겠습니다. 앉는 자리는 그렇게 편하지 않으며, 테이블 역시 핸드폰이나 지갑, 커피 정도만 올려둘 수 있을 작은 테이블입니다.

요즘의 카페들은 내부를 어떻게 하면 잘 채우고, 그를 통해 어떻게 멋진 공간으로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느낀 적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우스터프는 그러한 고민을, 비워내는 것으로 해결해낸 것 같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직관적인 디자인과 동선이기에, 커피를 주문하고 마시는 데에 있어서도 망설임 없는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다른 카페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더욱 오픈된 바는, 커피에 대한 신뢰도와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편안한 휴식을 찾기 위한 카페의 관점에서 보면 라우스터프는 최선이 아닐 것이라 봅니다만, 커피를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카페의 관점에서 보면, 라우스터프는 대구에서 고를 수 있을 최고의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주관적인 평가가 조금 심하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만, 대구에서 이러한 카페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참 좋았기에, 과감히 글을 적어봅니다. 오래오래 범어 지역 로스터리 카페로 있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계속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말이죠. 흐흐

부족한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저는 카페를 커피를 즐기기 위해 가기도 하지만, 카페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카페 문을 나서는 과정 전체를 즐기는 편입니다. 커피와 카페는 하나의 경험 디자인과도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한 과정에 에스프레소 혹은 아메리카노, 또는 브루잉 커피가 들어가는 것이구요. 저는 커피 맛에 대해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커피 맛에 대해 가타부타 할 레벨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냥 제 입맛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선 만이 있는 정도입니다. 글 속에서 보이는 틀린 부분과 무지함에 대해서는 지적과 너그러운 관용을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그냥 커피덕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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