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우울증이라면?

신종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대처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울감 때문에 방에 들어앉아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 가족은 유일한 대인관계이자 피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들의 가족을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환경이다. 그리고 환자를 어떻게 바꿀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지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족들이야 환자가 조금이라도 빨리 활기를 되찾아 사회에 복귀하기를 바라겠지만, 조급한 마음에 괜한 질책이나 격려를 했다가는 오히려 환자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진심으로 환자가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켜 자립하기를 바란다면, 병을 받아들이고 치료자와 파트너가 되어 병에 대항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나는 그 구조를‘공존’이라고 부른다.

우울증은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보편적인 질병이다. 마음의 감기, 영혼의 감기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평상시에 건강했던 사람도 순간 방심하여 마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감기에 걸리면 해열제를 먹고 잠을 청하는 것처럼, 우울증에 걸리면 항우울제를 먹고 휴식을 취하거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적절하게 환경을 조정하면 상담이나 약물치료에 버금가는 치료효과를 발휘한다.

환경 조정의 이점은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매뉴얼대로 따르기만 하면 일정 정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증상은 호전될 수 있다. 물론 개인차를 감안해야겠지만 좋은 환경이 환자의 회복에 톡톡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울증 환자를 대하는 제1지침은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괜한 욕심에 용기를 북돋거나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늘어놓지 말자. 때로는 적당한 무관심이 지나친 관심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또 하나, 가족 중 누군가가 우울증에 걸렸다면 나머지 구성원들이 함께 치료에 참여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 중에는 치료에 대한 동기부여가 불안정한 사람이 많아서 병원에 몇 번 오는가 싶다가도 곧 발길을 끊는다. 이때 가족이 함께 병원을 다니면서 약 먹는 일을 돕는 등의 형태로 치료에 함께하면서 환자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들이 일방적으로 설교를 늘어놓거나 질타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환자의 눈치를 보는 것도 문제다. 처음 몇 번 환자가 대화를 거부했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히 하면 가족과 환자는 서로를 거북하게 여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는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는다. 우울증은 우울증대로 앓으면서 가족이 자신을 부담스러워한다는 피해의식에도 시달리는 것이다.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게 불편하다고 해서 자꾸 회피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 다음부터는 악순환이다. 스트레스는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하고, 설익은 커뮤니케이션은 스트레스를 배가시킨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은 대화, 그 중에서도 농담 섞인 가벼운 수다를 말한다. 정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형 대화가 아니라 단순히 친밀감을 확인하기 위한 한가로운 대화야말로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다. 동물들이 시간 날 때마다 털을 고르고 이를 잡아주며 서로의 몸치장을 돕는 것처럼 말이다.

환자와 가족이 서로 농담을 나눌 수 있는 관계, 상대를 놀리는 말이 분노나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드는 관계…….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만큼 회복되었다면 서로 어느 정도 속마음을 털어놓아도 괜찮다는 뜻이지만, 불행하게도 이 정도의 진전을 보이는 가족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이 불충분한 상태에서는 말투와 태도를 일부러라도 상냥하게 꾸며야 한다. 솔직하게 대한다며 싸움을 하거나“너만 보면 답답해 죽겠다 ”며 속마음을 털어놓아서는 안 된다. 그 순간 가족들의 마음은 홀가분할지 모르겠지만 환자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마음의 문을 꼭꼭 닫는다. 모처럼 가까워진 관계도 제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모든 대화는 캐치볼처럼 주고받는 것이다. 상호성과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말은 의미 없는 소음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상호성 있는 대화는 과연 무엇일까?

상호성 있는 대화는 공감을 전제로 한다.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같은 일을 겪어본 적도 없고, 비슷한 상황에 놓이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한단 말인가. 설사 동일한 경험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공감하려는 노력이 몰이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우울증 환자들을 의지박약으로 몰아세운다.“누군들 우울한 적이 없겠어요? 하지만 어떻게든 그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노력합니다. 며칠 괴롭다가도 뭔가에 열중하면 그런 마음은 곧 수그러들지요.”

하지만 우울감과 우울증은 완전히 별개다. 우울증의 슬픔과 괴로움, 꼼짝달싹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동안 환자는 통제능력이나 시간 감각을 잃어버린다. 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고통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본적인 상황에 공감할 수만 있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환자라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을까?’‘이런 환경이라면 좀 더 안심하지 않을까?’‘이렇게 말하면 편하게 느끼지 않을까?’이와 같은 고민이 빚어낸 말과 행동은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형식적인 설교가 아니라 배려가 담긴 진심이다.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