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일 때 꼭 해야 할 9가지

1. 꿈꾸던 일에 도전하기

혹시 집안이 몹시 가난해서 부모님 병원비와 동생들 학비 대느라 뼛골이 빠지고 있나? 그게 아니면 해볼 만하다. 회사를 옮기는 거야 아무 때나 할 수 있고, 거창한 창업 비용이 필요한 일은 오히려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한 후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지하며 시도하는 편이 유리하겠지만,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남들 보기에 조금 허황돼 보이는 일들은 싱글일 때 해치우는 편이 낫다. 책임질 사람도 없고 눈치 볼 사람도 없을 때. 예쁜 노트북 한 대 사서 카페 노마드로 지내며 느긋하게 나만의 책을 써본다거나, DSLR로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촬영해 디지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필생의 역작이 될지 또 누가 알겠나. 혹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려운 시험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다. ‘몇 년째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른 것 같은데 그만두고 살림에나 매진하면 좋으련만’ 하고 눈치 주는 사람 없을 때 자기의 재능과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라도 낳으면 더 골치 아프다. 두 시간마다 빽빽 울어대고, 내가 잠시 눈에 안 보이면 세상 멸망한 줄 아는 귀찮고 가련한 존재가 내 인생을 다 장악해버리고 나면 대체 내 꿈이 뭐였는지 기억조차 안 날 것이다. 돈을 잘 벌거나, 적어도 “내 생활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당신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해주는 착한 남자와 결혼하면 좋겠지만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웬만하면 사업가의 꿈도 싱글일 때 도전해보면 좋다. 은행 대출 받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회사를 만들거나 가게를 꾸리는 건 리스크가 큰 만큼 결혼 후 반대에 처할 확률이 높다. 수익이 반토막 나는 새로운 분야로의 이직도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인생 모른다. 마음만 좋고 가난한 남자, 능력 있는데 쪼잔한 남자, 혹은 세상에 없는(그래서 영영 나타나지 않는) 남자가 나의 운명일 수 있으니 웬만하면 결혼 후에 뭘 하려는 생각은 접어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해치우자.

2. 긴 여행 떠나기

한강 보이는 청담동 펜트하우스에서 자식 영재 교육 시키며 사는 여자든, 아침 저녁으로 남편이 발을 닦아준다며 자랑이 늘어진 여자든, 꼼짝없이 부러움에 목이 메는 순간이 있다. 오랜 여행을 떠난다는 싱글 친구의 말. 예산이 걱정이면 2주 정도의 동남아 배낭여행으로 시작을 해보면 좋겠다. 호스텔과 지역 레스토랑들을 이용하면 국내에서 사는 하루하루 생활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여행을 다니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비행기값 정도만 따로 적금을 부으면 된다. 일단 혼자 짊어질 수 있는 무게만큼만 배낭에 담으려 비우고 덜어내는 과정에서 첫 번째 해탈이 찾아온다. 두 발로 돌아다니며 찬찬히 구경을 하고, 새벽노을과 석양, 비 오는 날과 맑은 하늘, 업타운과 다운타운, 유적과 컨템포러리, 평일의 활기와 주말의 여유를 모두 경험하고 나면 어느 도시든 친구 같은 기분이 든다. 2박3일의 짧은 휴양 대신 일주일이 넘는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딱히 할 일이 없고 마음은 느슨해지는 온전한 공백의 시간이 생긴다. 그때가 정말 좋다. 오래 한자리에 머무는 여행도 지금이 아니면 하기 힘들다. 뉴욕, 런던, 파리 혹은 리스본이나 두브로브니크, 정 안 되면 제주도도 좋다. 간단하다. 비행기 표를 끊고, 게스트하우스에 며칠 묵으며 아파트를 구하고, 한두 달 머물면서 한가로이 산책도 하고 동네 친구도 만드는 거다. 안다. 꿈 같은 소리인 거. 근데 지금은 꿈 같은 소리지만 결혼하면 진짜 개꿈이 돼버린다. 그냥 회사원과, 남편 시댁 자식 있는 회사원 중에 누가 더 여행 다니기 힘들겠나. 정 안 되겠으면 국내 여행이라도 마음껏 다니자. 아이들 유모차에 우유병 바리바리 싸들고 일에 찌들어 만사 귀찮아하는 남편 달래가며 펜션에서 고기 구워 먹고 오면 끝인 가족여행과는 질적으로 다른, 싱글만의 여행을. 국립공원 완전정복을 목표로 주말마다 산에 올라도 좋고, 금요일 퇴근 후 KTX로 떠나 해운대가 훤히 보이는 깨끗한 호텔에 방을 잡고 혼자 2박3일 틀어박혀 책만 읽다 오는 여행도 좋다. 그게 어디든, 어떤 식이든, 세상을 봐두라. 지금이 아니면 은퇴 후 국민연금 받을 때나 돼서 다시 기회가 올 테니까.

3. 나만의 공간 꾸미기

저기… 꼭 저주하는 건 아닌데, 당신이 만일 결혼한다면 10년 안에 거실에 뽀로로 매트를 깔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아기 침대와 캐노피, 딸랑이, 보행기, 알록달록 동화책 등 유치찬란하고 흉물스런 잡동사니들이 집 안을 꽉 채우게 될 것이다. 인테리어는 더이상 미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 그게 당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아이 다 키워서 학교 들여보낸 후에 새로운 기회가 오긴 할 거다. 그때쯤이면 집도 커지고 돈도 모이고 취향도 좋아져서 스칸디나비안 가구들로 아파트를 채우고,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불러 티타임을 가지며 <메종> 잡지에 나올 것 같은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설프고 싼 티 날지언정 100% 내 취향만으로 꾸미고, 아무 때나 홀랑 벗고 돌아다니고, 귀찮으면 설거지 거리를 며칠씩 방치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불러 주말 내내 TV 보고 뒹굴거리며 파자마 파티를 할 수도 있는 공간은 싱글 때가 아니면 가질 수 없다. 어느날 문득 잠에서 깨어 갑자기 벽에 새빨간 페인트 칠을 할 수도 있고, 진부하고 낯간지러운 웨딩 사진 대신 직접 그린 그림이나 엽서들을 벽면 가득 붙여둬도 좋다. 남편과 함께 맞는 여유로운 아침도 좋지만 싱글 사이즈 침대에서 남친과 함께 비좁게 잠드는 저녁도 좋다. 추억은 공간에 깃들었다 음악으로 환기된다. 나만의 방을 만들어 두고두고 끄집어낼 아름다운 기억들을 가득 채워 넣자.

4. 스포츠카 사기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아우디 A6를 타보겠어?”일 년 만에 폭스바겐 골프를 팔고 차를 바꾸겠다는 마흔 살 이혼녀의 말에 여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게 무슨 차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표현에 어쨌거나 응원해야 할 일이라는 느낌이 불쑥 들었다. 그로부터 차에 관한 긴 고민이 시작됐다.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게시판은 주로 남탕인데, 그들의 주된 화두는 “어떻게 하면 마눌님의 잔소리를 피해 드림카를 살 수 있을 것인가?” 이거다. 문짝 두 개짜리 쿠페는 말할 것도 없이 아웃. 중소형 수입차 엔트리 모델들은 저렴한 가격에 질주 본능과 운전 재미를 일깨우지만 같은 가격대 국산 중형차에 비해 뒷좌석이 좁아서 아웃. 랜드로버나 지프 같은 터프한 차들은 보기엔 멋지지만 승차감이 나빠서 아웃. 잘 달리고 재밌고 좌석 넓고 승차감 좋고 남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들은 가격과 유지비가 걱정. 이래저래 현실은 언제나 무난한 국산 세단, 아니면 유모차 넣기 좋은 SUV다. 어쩌다 “이 차는 이런저런 생각하면 못 사는 차잖아요. 일단 지릅니다”라는 용자가 나타나면 댓글 가득 격려의 휘슬과 박수가 울려퍼진다. 읽다 보니 생애 첫 차는 운전 쉽고 연비 좋은 소형 해치백에 문짝은 꼭 네 개짜리, 너무 튀지 않는 모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시고 다닐 식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내가 사는 건데 왜 그렇게 보수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가. 수십 년 월급 모아봤자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사기 힘든데, 내 집도 없는 사람은 좋은 차 타면 안 된다는 쓸데없는 상식은 누가 지어내서 멋진 스포츠 카가 어울리는 젊은 나이를 멋대가리 없는 국민 세단과 함께 굴러가도록 만들었나. 어쩌면 미니 쿠페 JCW일 수도 있고, 샛노란 지프 랭글러 루비콘일 수도 있고, 좀더 현실적으로는 BMW 1시리즈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이 아니면 사기 힘든 차라는 게 분명 있다. 대출 한도까지 긁어도 못 사는 포르쉐나 람보르기니 말고, 전세 보증금 빼야 하는 벤츠 말고, 내 월급 갖고 내가 살 수 있는 그런 차. 그것도 싱글의 특권이다.

5. 취미를 만들어라

아무리 전업주부라 해도 결혼한 사람들은 싱글보다 바쁘다. 돌보고 마음 쏟을 사람이 최소 남편 한 명, 많으면 한 트럭의 시집 식구들까지 더 생기다 보니 나를 위해 쓸 시간은 아무래도 줄어든다. 굳이 누군가와 시간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지금, 꾸준히 공들여 배워야 하는 취미를 계발해보자. 악기, 가구 만들기, 스쿠버다이빙 등 작정하고 배워두면 두고두고 인생이 즐거워지는 기능들을 몸에 익혀두는 것이다. 동호회에 들어간다 해도 유부녀보단 싱글일 때 대접이 좋다. 물론 바빠서 시간이 안 날 수도 있다. 끈기가 부족해서 이것저것 손대다 금세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리하지 말고 간헐적인 문화생활에라도 취미를 붙여보면 좋겠다. 퇴근 후 공연이나 예술영화 보기, 주말에 작은 갤러리들 둘러보기, 아무렇게 붓질만 하면 되는 추상화 그리기 등 감성을 자극하는 활동들에 관심을 기울이자. 흥미를 갖고 보기 시작하면 공부도 하게 되고, 그런 시간이 모여 내공이 된다. 퇴근 후 소파에 널브러져 한 명은 TV 보고 한 명은 인터넷 서핑하면서 어제 본 예능 프로그램 얘기나 하다가 할 말 떨어지면 바가지나 긁는 게 대부분의 부부들이다. 그때 가선 새로이 뭔가에 취미를 붙여보려 해도 만사 귀찮다. 즐기고 생각하고 말할 거리들을 지금 비축해둬라. 취미 생활은 현실의 탈출구일 뿐만 아니라 기꺼이 현실로 다시 뛰어 나가게 하는 트램플린이다. 자기를 아끼는 여자가 타인에게도 존중 받는다는 건 부부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진리다.

6. 사람들을 만나라

만일 지루함으로 사람을 고문하는 생지옥이 있고 죄 많은 싱글 여성이 그곳에 가야한다면, 아마 전업 주부 학부모들의 브런치 모임과 비슷한 느낌일 거다. 아이들과 툭탁대느라 사회적 관계도 거의 없고 집중할 다른 일거리도 없는 여자들의 그 아찔하고 극성맞은 자식 사랑이란. 자식-남편-시댁-자식이 무한 반복되는 동요처럼 단조로운 대화의 구성도 그렇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심각하게 다루는 그 비약적 사고방식들도 놀랍다. 그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커리어 우먼들도 결혼과 동시에 관계의 확장이 중지되다시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자식 낳고 키우느라 한동안 관리 안 해도 오래오래 가져갈 수 있는 끈끈한 인간관계는 싱글일 때 많이 만들어두어야 한다. 어울려 다니며 술을 마시고, 클럽을 다니고, 야밤에 모여 수다를 떨고, 일하다가 혹은 놀다가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사적인 자리를 만드는 것도 결혼 후엔 좀처럼 하기 힘든 일이다.

7. 연애하라, 더 많이, 더 뜨겁게

싱글의 가장 큰 특권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이거다. 결혼 전에 연애 실컷 하라,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닥치는 대로 만나라, 인생은 짧으니 오는 남자 막지 마라. 다들 조언은 쉽게 하지만 막상 자기 인생이면 그러기 쉽지 않다. 그래도 사랑은 해야겠고 기왕이면 결혼도 하고 싶으니까, 얼굴 따지고 키 따지고 목소리 따지고 직업 따지고 이래저래 잴 게 많다. 그래도 여자 체면이 있지, 미적대는 남자한테 매달렸다 차이면 다시 보기 민망하니까 일단 좋아도 감추고, 혹시 잘 돼도 너무 쉽게 받아주면 금방 싫증난다니까 몇 번은 튕긴다. 매력은 있는데 여자 속 썩일 것 같은 남자, 착하긴 한데 재미는 없는 남자, 똑똑하지만 너무 바쁜 남자 기타 등등 꼼꼼한 소거법으로 이 남자, 저 남자, 그 남자 죄다 목록에서 제외시키고서 세상에 멀쩡한 남자들은 다 어디 갔느냐며 한탄한다. 이게 다 ‘연애 상대=잠재적 결혼 상대’라는 무의식적인 공식 때문이다.‘높은 이자율!’이란 커다란 광고 문구 아래 깨알 같은 글씨로 써넣은‘원금 손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보험약관처럼,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실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통한 안정감’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이다. 하지만 싱글은 결혼을 위한 준비나 유예 기간이 아니다. 과거나 미래의 번외편이 아니라 당당한 본편이고, 그 자체로 소중한 인생의 한 시기다. 그러니 바로 지금 이 순간 마음이 가는 사람, 그 순간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을 것. 그 연애가 하루짜리면 어떻고 한 달짜리면 또 어떠랴. 그러다 한 번쯤, 어쩌면 언젠가, 진짜 사랑이 오겠지.

8. 눈치 대신 사치

아내 눈치 보며 용돈 타 쓰는 생활의 구질구질함은 남자들의 단골 농담이지만, 여자들이라고 해서 결혼 후 돈 쓰는 게 내 맘 같진 않다. 그래서 결혼한 언니들은 당부한다. 꼭 갖고 싶은 명품백이 있으면 처녀 때 사두라고. 물론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자기가 사줬어영~” 블로그에 사진 찍어 올리며 자랑하는 재미로 사는 유부녀들도 있다. 물욕 없고 알뜰해서 오히려 남편 담뱃값 커피값 쥐어짜며 희열을 느낄 여자들도 있고. 하지만 예단 인기 품목에 오르내리는 수준의 가방 하나가 꿈이라면 그건 지금 당장 사버려라. 죽도록 사랑하지만 가난한 남자 만나서 예단으로 받긴커녕 그 가방을 팔아 신혼집 보증금에 보태야 될 수도 있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이 돈이면 다른 OOO을 할 수 있는데’의 OOO에 들어갈 말들이 결혼 후엔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결혼 안 한 것도 서러운데 다이아몬드 반지도 못 갖는 거냐며 불쑥 스스로에게 웨딩 링을 선물하는 여자들도 있는데, 그런 건 기껏 사봐야 끼고 나갈 때마다 의도 설명하기도 구차하고 보관하기도 번거로워 애물단지가 된다. 그러니 싱글이라서 가능한 사치를 부리고 싶다면 질 좋은 옷이나 가방, 피부과 치료 같은 데다 돈을 투자하라.

9. 어학 마스터하기

공부에는 때가 있다. 학창 시절 열심히 해뒀으면 지금쯤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결혼하면 그나마 싱글일 때 해둘 걸 싶을 게다. 무슨 직업을 갖든 상관없이 살면서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지식으론 외국어만한 게 없다. 외국인 회사에 다니거나 이민을 가거나 빈번이 여행 다닐 계획이 없으면 또 어떠랴. 배워두면 하다 못해 자식 사교육비라도 줄일 수 있다. 외국어 습득은 복근 만들기와 비슷하게 꾸준함이 관건이다. 원어민 강사에게 과외를 받든, 부지런히 학원을 다니든, 고등학생처럼 도서관에 앉아 단어를 외우든, 집에서 기다리는 식구가 없을 때 집중해서 공부하자. 그러다 재미가 붙어 어학연수라도 갈라치면, 역시 싱글이어야 홀가분하다. 그래서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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