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물들

당신의 사물들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 허수경 외 지음 / 한겨레출판/ 2015.05 (2015.08 읽음) 부끄럽지만 나는 시는 잘 모른다. 많이 접해본 적도 없고 그래서 이름이라도 들어본 시인은 손에 꼽는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류 시인 49명이 각각 ‘사물’에 대해 느끼다/보다/듣다/만지다 등의 네 개의 감각으로 나누어 쓴 글 모음집이다. ‘사물들’이라고 했지만 그 범위가 매우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 글을 꼽자면… 김소연의 ‘숟가락’ 얘기가 참 좋았다. 제목은 숟가락이지만 실은 아빠의 얘기다. 나머지 가족들은 수저나 그릇을 아무것이나 사용했지만, 아빠는 아빠만의 은수저, 밥그릇과 국그릇이 있었다. 50년 동안 사용한 아빠의 숟가락은 구멍이 났는데, 가족들 중 누구도 아빠에게 새 숟가락을 선물하지 않았다고, 아마 새 숟가락과 더불어 새 인생을 시작하기엔 너무 늙어서 자연스레 그리 된 것 같다고, 그리고 아빠도 그 사실을 묵묵히 받아들인 채 아무 숟가락으로나 식사를 하신다고. 숟가락 외에도, 매일 윤이 나게 닦아 고이 보관하던 아빠만의 물건들. 어느새인가 버려지고 사라져버린 사물들.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어린 시절 근엄하게만 보이던 아빠도 어느새 나이가 드셨구나, 우린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구나 싶어 어쩐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배수연의 ‘여권’도 재미있게 읽었다. 시인의 여권 사진에 대한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아마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여권사진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궁금하다. 나만해도 포토샵의 힘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어딘가 숨겨버리고 싶은 물건 중에 하나니까. 여권의 ‘사증’란에 각 나라의 도장으로 채우고 싶은 그 수집 욕구에 대한 것도 비슷하다. 아마 모두들 그렇지 않을런지. 나도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세계여행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여행이 아닌 출장이 주를 이룬다. 그마저도 중국이 대부분이라 내 여권은 중국비자에 중국입출국 도장만 한 가득. 그래도 언젠가는 다른 나라들도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여전히 있다. 그리고 이수명의 ‘사과’도 좋았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과일은 박스로 사다놓고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특히 사과의 주기로 1년을 생각하는 버릇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아니, 사실 내가 사과의 주기로 1년을 생각한다는 것을 나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시인의 글을 읽고나니 아, 그러고보니 나도 이렇게 살고 있구나 싶었다. 요즘 나는 아오리의 시간을 살고 있는데, 여름을 좋아하는 내가 겨울이 와도 용케 우울함을 견뎌내는 비결에는 아마 사과도 한 몫하지 싶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우리집에는 사과가 떨어진 적이 없으니. 아무튼 이렇게 여러 사물들에 대한 짧은 글들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책도 손에 착 감기는 사이즈라 좋다. 다만 책에서 인용된 글 들이 노란색으로 인쇄되어 있는데, 이건 너무 읽기가 힘들었다. 좀 더 진하거나 다른 색이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마지막으로 ‘커튼’ 이라는, 다소 평범할 수도 있는 사물에 대해 너무 좋은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내가 점점 더 원하게 되는 것은, 벽을 세워둘 수 있는 곳에 커다란 창문을 달고, 부드러운 천으로 된 커튼을 다는 일인지도 모른다. 각각의 자리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차단하지 않는 것. 끊임없이 닿으려고 하면서, 치열하게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매일매일 새로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관계나 삶에 깊어지고자 할수록, 창문과 커튼 사이의 공간만큼이라도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오히려 깊어지고자 하는 마음을 도와주지 않을까. (안미옥 ‘커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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