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좋은시-바람의 겨를/황형철

바람의 겨를

황형철

쑥부쟁인지 구절초인지 긴가민가 싶어 갸웃하는데

바람의 숨까지 모조리 들이마시며 사방으로 기우는 꽃들

꽃들의 운율을 적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

망울이 터져 가는 몸이 떨릴 때마다 낮게 엎드려 미세한 기척을 들으려 애쓴 적 있다

지금 보면 그것은 무수한 바람의 겨를을 살피는 일

바람이 태어날 때와 사라질 때 그리고 아득한 그 간격을 문장으로 기록하기

가능한 세밀하게 바람이 지나간 자리의 흔적까지 그리는 것이었다

가깝게는 굴피나무나 무당벌레에게 넣는 기별과 같고

멀게는 우주로부터 내통하는 비밀과 같고

꽃의 생몰도 실은 바람이 부려놓은 전언과 같아서

하늘에 이르는 바람의 겨를에 어떻게 가 닿을 수 없었다

시시하게 흘러가버린 얄궂은 인연에 날개라도 달아주고 싶었다 나를 앞질러 간 것들의 모호한 행방과 후에 따라올 운명까지 불러다가 깊은 호흡으로 불안한 저녁을 안도했다 간혹 꽃을 떠난 향기와 바람이 꾼 꿈이 구름에 실려와 짙은 그늘이 됐고 그때마다 무어라 명명해야할지 어지러웠다 다만 꽃이 흔들리고 바람이 부는 것도 매한가지처럼 보였을 뿐 세상의 모든 어스름에 불빛을 하나씩 달아주고 다시 길을 떠나야 할 때다

바람이 아닌 것에 곧잘 흔들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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