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네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아플 때가 되어서인지 배가 슬 아파 오더니 나중에는 온 몸이 절절 쑤셔왔다. 약이 듣지 않아 따신 물을 가지러 가다 열린 창밖으로 축 늘어진 호박 이파리가 눈에 들었다. 힘없이 늘어진 것이 꼭 내 꼴 같아 누워 있는 와중에도 계속 생각이 났다. 아픈 기운이 조금 사그라 들었을 때 쯤에는 머릿속으로 지근지근 시든 호박잎을 씹고 있을 정도였다. 혼자임에도 아이고 소리를 내며 밖을 내다보니 어제와 그제 잠시 내린 소낙비로는 영 마뜩잖았는지 고추이파리와 호박잎이 한껏 풀이 죽어 있었다. 호스로 바로 물을 뿌리며 쨍하게 내리쬐는 볕에 피부가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잠시 나온 나도 이런데 이 아이들은 어땠을꼬. 세찬 물줄기에 몸을 가누지 못한 줄기들이 픽픽 쓰러졌다. 금세 다시 일어날 것임을 알면서도 여전한 불안은 언제쯤 지워질까. 햇빛에 잔뜩 찡그리며 방으로 다시 들어와 창 밖으로 동태를 살피다 곧 잊는다. 그러다 얼마나 지났을까, 번뜩 정신이 들어 넘어다 본 옥상에는 역시나 언제 늘어졌었냐는 듯 튼실한 줄기에 탱글탱글 매달린 이파리들이 의기양양. 그리고 또, 당연히 그럴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습관처럼 속으로 '아 다행이다.' 나도 이제 배아픔이 멎었다.

페퍼톤스 ・ 아이슬란드 ・ 아일랜드 ・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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